前 골프 최연소 세계 1위 리디아 고, 슬럼프 겪기 전의 자신에게 편지
"아주 많은 일이 이제 벌어지겠구나"라며 편지는 시작된다. 2015년부터 104주간 세계 1위로 군림했던 골프 천재 소녀. 이제 23세가 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열다섯 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홈페이지에 17일 실었다.
리디아 고는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 스타가 됐다. 스무 살 무렵부터는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이제 산전수전 다 거친 '선배'는 첫 우승 직전의 자신에게 조언을 건넨다. "한동안 우승이 거의 자동으로 이뤄지는 일상처럼 느껴질 거야. 모든 샷과 퍼트가 간단해 보이겠지.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어느 날 샷이 엉뚱한 곳으로 가고 퍼트가 빗나가더라도 겁먹지 마. 골프는 너를 버리지 않았어. 너는 경기 방법을 잊지 않았어."
리디아 고는 "최연소, 최초의 기록보다 앞으로 여러 사람에게 받게 될 격려를 꼭 기억해두라"고 당부했다. "첫 우승을 하게 될 대회 마지막 날 스테이시 루이스(35·미국)가 너와 나란히 걸으며 말할 거야. '힘내. 잘하고 있어. 이제 마무리를 잘해.' 그 순간 너는 숨이 멎을 만큼 놀랄 거야. 최종 라운드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경쟁자를 격려하기 위해 시간을 내다니. 너도 언젠가 그런 일을 하고 싶어질 거야."
리디아 고는 또, "너의 스윙은 왔다 갔다 해도 가족과 친구들은 네가 어떤 샷을 하든 너를 사랑할 거야"라고 했다. "트로피는 과거에 무엇을 이뤘는지 증명하지만, 가족과 친구는 네가 미래에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지. 그들의 포옹과 웃음이 삶의 가장 위대한 승리야." 슬럼프를 겪는 동안 감수해야 했던 비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비판과 비난이 너를 아프게 하겠지만 더 강하게 만들어줄 거야. 모든 결정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온전히 너의 것으로 만들어."
남들이 프로에 데뷔할 나이에 영광과 좌절을 다 겪어버린 '천재 소녀'는 여전히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고 있는 자신을 향해 희망을 전했다. "열심히 훈련하고 스스로를 믿는다면, 갑자기 도망쳐버린 골프가 돌아올 수 있어. 골프가 돌아왔을 때, 거친 길을 여행해온 너는 더욱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돼 있을 거야."
[최수현 기자 pa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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