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치는 로마, 눈물이 핑 도는 순간들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보고 듣는 것에 비례해서 욕망이 늘어나고
욕망에 따라 나를 재촉하며 움직이는데,
로마에서는 ‘더 바랄게 없네’라고 중얼거릴 정도로 마음이 평화롭다.
사람 키의 20배가 훌쩍 넘어보이는 나무들이 살랑살랑 움직인다.
멈춘 것들 사이로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양.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로마에서는 계속 과거를 상상하게 된다.
로마 포럼을 보면서 민중의 토론을 상상해보고,
로마 도시 곳곳에 세워진 오벨리스크를 보며,
대제국을 건설하고 번영했을 이곳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라는 생각과
지중해 패권을 둘러싼 수많은 전쟁에 피폐해졌을 도시의 모습도 상상해본다.
내가 전생에 로마에 태어났다면?이라는 상상도.
세월을 견뎌낸 문화 유산과 건축물들 앞에서 겸허함을 느낀다.
감탄을 자아내는 예술 작품 앞에서 인간의 위대함과 집념도 느낀다.
수천년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것들.
그 앞에서 욕망을 쉽게 흘려보내지 못하고 애쓰는 나를 발견해서 눈물이 났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답지 않았던 나의 면모를 돌아보게 한다.
인상쓰고 애쓰던 나날들, 누군가를 미워하고 이기고 싶던 나날들.
아름다움은 지천에 널려있지만,
시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오롯이 느끼기 힘들다.
마음까지 와닿는 것,
내 마음을 후벼파는 것들은 만나기 위해 마음에 절을 지어야지.
요즘 나의 미션은 외부의 사람, 사건들로부터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마음의 절에서 잘 지내는 것이다.
일단 로마에 왔으니 마음의 신전에서 잘 지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