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입주 물량 전년비 5만가구 줄고
공사비 상승, 미분양 우려로 '공급 위축'해도
"이미 오른 집값, 수요자 감당하기 어려워"
KB연구소 설문서도 전문가·중개사 "올해 하락"올해 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있지만 수요는 더 크게 줄고 있어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통상 주택 신규 공급의 최종 단계인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 수요를 채우지 못해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 하지만 워낙 가격이 많이 올랐던 데다가, 최근 들어 공사비와 금융비용까지 급격히 높아져 주택 매입 수요가 극도로 위축된 탓에 가격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최영상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금융강좌에서 "올해 서울 주택가격은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며 "정책 대응에 따라 일부 지역의 경우 일시적 상승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역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분양이 쌓인 일부 지역은 하락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주택 공급이 감소할 거란 분석을 내놨다. 인허가와 착공, 분양, 준공, 입주 등 모든 공급 지표가 전년 대비 하락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예상 입주물량이 32만4000가구로 전년 대비 12%가량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은 약 5만가구 감소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약 5000가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 연구위원은 "주택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급 변수는 입주"라며 "비수도권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입주물량은 오히려 늘어 가격 하락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격 하락기인 2011~2014년 공급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이었으나 주택수요 위축으로 가격 하락세를 지속했다. 반면 2018~2021년엔 공급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으나 저금리 기조 등으로 수요가 확대돼 가격 상승세를 유지했다. /자료=주택금융연구원공사비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포인트로 기준시점인 2015년 대비 54% 넘게 급등했다. 그는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높아지면서 건설사들도 주택을 짓고 나서 충분한 이익을 담보할 자신이 없는 상황이라 실질적으로 주택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최 연구위원은 소위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보다 '일반 미분양'에 주목했다.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았던 2009년 3월(16만5000가구)과 지난해 9월(6만가구)을 비교하면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은 31.3%에서 15.9%로 하락했다. 반면 일반 미분양 비율은 68.7%에서 84.1%로 높아졌다.
그는 2009년 당시엔 주택보급률이 낮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며 미분양을 소화했지만 지금은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공사비가 상승하는 만큼 앞으로 이런 일반 미분양이 더 쌓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 수요 역시 감소할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평(3.3㎡)당 평균 약 1746만원으로 1년 새 11%가량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평당 3713만원으로 21%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 연구위원은 "신규 주택은 분양가가 높아지고, 기존 주택은 매매가격이 높아진 상태여서 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도 소득 제한 등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별 주택 경기 최저점 전망은 공인중개사 설문조사 결과 /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이 같은 하락 전망에 힘을 보태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올해 1월 2~12일 총 76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시장 전문가의 74%, 공인중개사의 79%가 하락을 예측했다. 주택 매매시장 경기 최저점에 대해서는 전문가 50%, 공인중개사 59%가 올해를 꼽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는 공급과 금리"라며 "수요 위축으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실수요자 금융 지원과 관련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