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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분, 더 나아가 감동을 주는 것에 대해

감동을 받는 일들이 부쩍 늘었다.
이제야 낯선 것을 하나둘씩 받아들이고 있구나 싶다.
첫 번째로 애니메이션
책과 영화만 좋아하는 나에게 애니메이션은 조금 오그라들고, 유치한 것이었다.
동생은 나에게 ‘누난 너무 고상한 것만 좋아해, 무협 소설, 라이트 노벨까지 폭넓게 읽어봐’라고 권유했으나 번번히 손이 가장 먼저 가는 책만 읽었었다.
그러다 큰언니가 추천해준 귀멸의 칼날로 애니메이션 세계로 입문했다.
1, 2화를 봤을 때는 조금 유치하고 요괴가 사는 세상이라는 설정이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 3화부터 서서히 빠져들어 시즌 끝까지 정주행했다.
뭐지 이 새로운 맛은?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고 선이자 악인 요괴들(요괴마다의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마음에 콕 들어오는 서정적인 대사들,
배경과 캐릭터 능력치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들,
시즌이 바뀔 때마다 빌드업되는 스토리들,
두 세번은 돌려보고 싶은 액션씬의 미친 작화.
귀멸의 칼날 정주행 후에 느낀 약간의 공허함 때문에
만화책방을 찾아가 만화책으로 원작을 다시 읽었다.
만화책에 담긴 더 구체적이고 섬세한 설정들과
애니메이션에서 놓쳤던 부분들이 다시 보이면서 감동은 더 짙어졌다.
그후로 애니메이션을 줄기차게 정주행하는 중이다.
모든 작품들이 웰메이드는 아니지만,
작품마다 전해주는 메시지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원자 폭탄 투하로 패전을 겪은 일본의 철학이 돋보인달까
대개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주의를 다룬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은 다르지만 (흡혈귀 세상, 요괴 세상, 초인의 세상 등등)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내게 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철학적 메시지도 좋지만,
나는 애니메이션의 작화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가끔은 일시정지를 눌러두고, 작화를 감상한다.
일본 특유의 정서,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모습.
늘 전체적인 배경, 집안 곳곳을 한컷씩 비추며
고요한 현재, 지금에 스며들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은 말 그대로 동적인 세계, 움직이는 세계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정적인 모습도 아름답게 표현한다.
몇 년전에 영화관에서 <해수의 아이>를 보고,
그림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구나,
이야기가 빈약해도 그림만으로 충분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그 감동을 다시 느낀다.
빛의 아름다움, 표정의 아름다움, 몸 동작의 아름다움을 포착할 수 있다.
때론 인물과 배경의 경계를 흐리며,
때론 인물에 집중하며, 때론 배경에 집중하며
감독마다 다른 그림 세계를 보여준다.
공들여 만든 것이 주는 감동,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마음이 기분좋게 일렁인다.
두 번째로 플레이브
플레이브의 전략은 ‘스며드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가듯.
사람들이 이 스며듦이 신기해서 다들 입덕 부정기를 거쳐 팬이 되는
입덕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왜 스며들었나를 돌이켜보면 일단 노래를 듣는다.
청량한 밴드 사운드가 마음에 들어 노동요로 삼는다.
알고리즘이 점점 플레이브를 추천한다.
쇼츠를 볼수록 점점 이들이 웃긴 사람들임을 자각한다.
쇼츠를 3개 정도 보고서부터 콘텐츠 헤비 유저로 바뀐다.
이 웃긴 사람들 뭐지?
개그맨 아니고 가수 맞지? 하다가
처음에 낯설었던 버츄얼 아이돌이란 편견은 사라지고,
노래 잘하고, 웃긴 가수라는 결론만 남는다.
여기에 더하는 멤버들이 갖고 있는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모습들을 더하면 완전히 팬이된다.
노래 잘하고 웃기고 팬들과 소통하는
가수들이 많을텐데, 왜 이들을 더 좋아하게 될까? 생각해보면
버츄얼 아이돌의 구현성을 높인 블래스트의 기술력도 한몫한다.
이상적으로 잘생긴(?) 캐릭터를 3D로 구현한 것.
다른 버츄얼 아이돌보다 특출난 점이다.
매번 캐릭터 이펙트와 의상도 디벨롭되는 걸보면
자사의 기술력이 뛰어나구나 느낄 수 있다.
기술력 좋고, 그 다음으로 가창력 좋고,
그 다음으로 ‘인간미’이다.
요즘 인간미라는 단어에 빠져있는데,
인간미라는 게 쉽게, 작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부분이다.
기술은 훔칠 수 있어도 태도는 못훔친다는 말처럼.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 보이는 인간적인 모먼트,
더 나아가 감동적인 서사와 개그력까지 갖춘 그룹.
지금까지 본 플레이브의 매력점이다.
일본은 이미 얼굴 없는 가수가 흥행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홀로라이브 형태로 방송을 하는 유튜버가 많다.
기술력이 계속 발전한다면
미래엔 버츄얼 아이돌이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본다.
그럼 가수가 되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기회가 가지 않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