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막바지나 새해가 되면 일종의 관례처럼 습관적으로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 아무리 디지털이 체계적이고 편리하다지만 손으로 끄적이는 아날로그에 비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가만 보면 다이어리는 내 취향에 꼭 맞는 디자인으로 열심히 디깅해 구매하는 반면, 캘린더는 여기저기서 사은품으로 받아 감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아무' 달력을 쓰기 일쑤다. 오히려 처음에만 몇 번 긁적이고 마는 다이어리보다 어쩌면 더 가까이 자리할 분신 같은 존재인데 아무거나 쓰기는 아쉽지 않은가. 굳이 찾아 나서기도 귀찮은 이들을 위해 크기와 용도 취향 별로 구경할 수 있도록 캘린더 6종을 준비했다. 콤팩트한 크기에 뜯어 쓰는 재미가 쏠쏠한 일력부터 인테리어용으로 제격인 포스터 캘린더까지. 다가올 2021년은 책상 또는 벽 한 편을 나만의 감성으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홍정희가 전개하는 굿즈 브랜드 NTFU COLLECTABLES. 그녀는 편집 디자인을 비롯해 포토그래피와 브랜드 디렉팅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작가로, 소개하려는 캘린더 또한 그녀가 독일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프린팅해 완성한 작품이다. 보통 캘린더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기 마련인데 그녀의 캘린더는 투입되는 정성과 감각을 고려한다면 제품보다는 작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포스터 크기로 방 한편에 걸어두면 독일 그 어느 곳의 무드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을지도. 달력 그 자체의 충실한 기능보다 미적인 감성을 더 우선시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8만 원
어릴 적 어느 가정 집에나 한 번쯤은 걸려있었던 레트로 달력. 얇은 유산지 재질에, 사용되는 컬러라곤 블랙과 레드 두 가지뿐이지만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도큐멘토가 선보이는 벽걸이 달력은 그때 그 당시 감성처럼 큼직한 칸과 숫자가 그대로 구현돼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훌륭하다. 80g 백색 모조지로 제작돼 색감이 또렷하고 풀 제본 형태라 크게 힘을 주지 않아도 쉽게 뜯기는 것이 특징. 한주 표기가 일요일부터인 일반적인 달력과 달리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디자인도 도큐멘토만의 사소하지만 확실한 포인트다.
7천 원
오늘 하루가 힘들었어도 한 장을 넘기면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서일까. 매일 직접 뜯어서 사용하는 일력은 묘한 쾌감을 선사해 준다. 라이브워크의 스몰 일력은 손바닥만 한 콤팩트한 사이즈로 책상 한 켠에 놓아도 큰 자리 차지 없이 제 할 일을 해내는 잇 아이템. 황동으로 제작된 상단 고정 부분과 은은하게 비치는 얇은 재질의 종이로 특유의 빈티지함과 클래식함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다. 후면에는 두꺼운 대지를 부착해 내구성을 높였으며, 간단한 방법으로 거치대 조립도 가능하다.
1만 4천 원대
핀터레스트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스탠딕 캘린더. 패키지에서 가구 및 쇼룸 디자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분야에 능한 전설적인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시모 비녤리(Massimo Bignelli)의 작품이다. 아티스트가 가장 사랑하는 서체로 알려진 헬베티카(Helvetica)와 그리드를 특징으로 하는 해당 캘린더는 1960년대 모더니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 컬러는 블랙과 화이트로만 단출하게 구성돼있고 한 달마다 두 컬러를 번갈아 가며 인쇄해 재미를 더했다.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이 프린팅은 사용 후 선물 포장지로 재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9만 원
이번 라인업에서 가장 생소할 만한 오롤리데이의 일 년 포스터 캘린더. 1년의 전반적인 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낱장의 포스터 형식이다. 소비자가 쓸수록 더 공감이 되는 디자인을 방향성으로 하고 있는 만큼, 연간 계획을 실천하고 확인하는 등 실질적인 쓸모를 고려해서 제작됐다. 매년 다양한 다짐을 야심차게 세우지만 관리가 어려웠던 이들에게 제격. 가로 길이가 80cm 정도 되는 큼지막한 크기라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넣으면 허전한 벽에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5천 원
'심플 이즈 베스트'. 문구용품 전문 숍, 올라이트의 캘린더는 단순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법한 디자인이다. 필자가 꼽는 가장 큰 추천 포인트는 특유의 쨍한 컬러감. 푸른 하늘색과 어두운 하늘색 사이의 '세룰리안(Cerulean)', 우유와 날계란 등을 믹스한 음료 '에그노그(Eggnog)'와 같이 미묘한 매력의 색들을 표현해 일 년 내내 눈이 즐거울 것만 같다. 달력 첫 장에는 지인의 생일 및 굵직한 계획을 기록할 수 있는 연간 계획 페이지가 자리해있으며, 월간 달력은 단 한 줄의 눈금 선 없이 숫자만 쏙쏙 들어있어 오래 보아도 물리지 않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9천 9백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