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추천으로 누리는 식물 생활 - 브리크매거진 -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종우 사진. 이동웅, 최용준, 이지영 자료. 심다
식물을 이용한 실내 인테리어를 가리키는 ‘플랜테리어planterior’. 약 3~4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이 용어는 어느새 인테리어 트렌드를 설명하는 중요한 용어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플랜테리어’가 포함된 게시물은 약 57만 개, ‘#식물인테리어’가 포함된 게시물은 47만 개 이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플랜테리어는 젊은이들이 따라하고 싶은 힙한 인테리어 트렌드가 되었다.
‘심다simda’는 플랜테리어의 유행과 함께 등장한 기존 식물 인테리어 컨설팅 업체들과 달리, 고객 한 명 한 명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맞춤형 큐레이션으로 식물을 추천한다. 기업의 상업 공간, 주택, 정원 등 영역을 넘나들며 공간과 고객 개인에게 적합한 식물 큐레이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식물을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요즘, 이 회사는 어떻게 자신만의 전문성을 확보했을까? 또 업계에서 바라본 플랜테리어는 지금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양재동 꽃시장에 위치한 심다를 찾아 이주연 심다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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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다 이주연 대표 ⓒBRIQUE Magazine

세심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큐레이션

‘식물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대표님께서 직접 만드셨죠.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가요?

마치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식물 하나 하나를 스토리를 가지고 소개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저 스스로를 ‘식물 큐레이터’라고 불러요. 저는 식물을 직접 파종하고 농사 지어서 키우지 않아요. 다만 잘 자란 식물을 특정 테마나 공간, 환경, 고객의 성향에 따라 재분류해서 소개하고 있죠.

식물 큐레이션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추천을 의뢰하시면 약 30문항 분량의 설문지를 드려요. 설문지에는 공간에 대한 질문, 사람에 대한 질문, 식물에 대한 질문들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그 사람의 성향과 현재 상황, 주변 환경이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서죠. 예를 들어 공간은 구체적으로 창이 어느 방향으로 나있는지, 베란다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물어보죠. 사람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상황을 물어봐요. 평소에 바쁜지 안 바쁜지, 아이를 키우는지, 반려동물이 있는지 정도를 물어보고 큐레이션에 반영해요.
식물 관련 질문은 정확히 어떤 형태의 식물을 선호하는지 물어봐요. 예를 들어 과일이 나는 식물이 좋은지, 길쭉하게 자라는 식물이 좋은지 정도죠. 이렇게 설문지를 작성하면 작성한 결과에 따라 식물을 추천해드려요. 그리고 단순 추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1~2주 정도 지켜보면서 물은 어떻게, 얼마나 줘야 하는지 등을 정해요. 그렇게 잘 키우면 그 손님이 또 사러 오세요. (웃음) 그럼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는 거죠.
설문에 응답하다 보면, 식물에 필요한 게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을 갖게 돼요. 식물을 집에 들일 때는 다양한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죠. 식물도 살아있는 생명이니까요. 과정이 번거롭지만, 어렵게 식물을 들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객들이 생각할 수 있어요. 식물을 인테리어용 오브제로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서 큐레이션 과정에 이런 부분들을 녹이려고 노력했어요. 굳이 다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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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큐레이션 서비스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서비스가 있나요?

실내 공간을 위한 큐레이션과 실외 공간을 위한 큐레이션으로 분류해요. 실내인지 실외인지에 따라 필요한 식물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이 안에서 세부적으로 나누어지는 거죠. 상업 공간인지, 가정 집인지. 가정 집도 베란다가 있는지 없는지. 혼자 사는 공간인지 여럿이서 사는 공간인지. 소분류는 이렇게 계속 나누어질 수 있는데, 크게는 실내와 실외로 나눠요.

기업의 상업공간을 위한 식물 큐레이션과 개인 주택 대상 식물 큐레이션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상업공간에 큐레이션 할 때는 유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상업공간은 사람이 생활하면서 상주하는 공간이 아니에요.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누가 물을 줬는지 안 줬는지 파악이 어려워요. 그래서 생존력이 강한 식물들을 주로 추천하고, 식물 관리 방법과 주기를 통일해서 어떻게 쉽게 관리할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죠. 개인 주택에 큐레이션 할 때는 거주자의 기호를 깊숙하게 파고들어요. 관리가 조금 어렵더라도, 거주자의 만족을 위해 과감하게 추천하는 편이에요. 대신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관리 노하우를 충분히 인지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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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다가 조경 작업에 참여한 ‘푸른 집’의 내부 공간 ⓒYongjoon Choi

집을 대상으로 하는 큐레이션도 집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지죠. 내부 공간 큐레이션과 외부 공간 큐레이션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식물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내부 공간은 사람이 사니까 사계절 내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요. 계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죠. 하지만 외부 공간은 그렇지 않아요. 시시때때로 온도가 변화하고 날씨가 달라지죠. 그래서 외부 공간에 식물을 큐레이션 할 때는 사계절 내내 다채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 해요. 내부 공간 큐레이션과 외부 공간 큐레이션의 차이는 사계절의 변화를 겪는지 안 겪는지가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죠.

고객들이 식물 큐레이션을 의뢰할 때 가장 강조하는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식물이 안 죽는 거요. (웃음) 안 죽는 식물은 없잖아요. 그런데 오시면 항상 안 죽는 식물로 추천해달라고 말씀하세요. 아마 식물을 키우다 죽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뒤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푸른 집’의 외부 공간 ⓒYongjoon Choi
ⓒYongjoon Choi

일상 속 ‘쉼표’를 찍는 플랜테리어

몇 년 전부터 ‘플랜테리어’라는 이름으로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주목 받고 있죠.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예전에는 집 밖에서 하는 활동이 많았다면,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로 가족 단위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그와 함께 킨포크*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집에서 하는 모임들이 많아졌고, 집 안의 인테리어를 보여줄 일도 많아졌죠. SNS로 내가 사는 집 사진을 많이 올리다 보니, 인테리어용 소품과 함께 플랜테리어도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요즘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식물을 많이 쓰는 이유는 사물이 줄 수 없는 생기를 식물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킨포크kinfolk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느리고 여유로운 자연 속의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사회 현상.

가전 기기나 가구가 줄 수 없는 것, 오직 식물만이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맞아요. 식물을 돌보는 행위 자체가 바쁜 일상 속에서 힘을 덜 들이고 무언가를 돌볼 수 있기 때문인 것도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요. 반려동물처럼 지속적으로 챙겨주고 신경 쓰지 않아도, 물을 주고 햇빛을 제대로 받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잘 돌볼 수 있잖아요. 식물 상태를 매일 확인하면서 식물과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고요. 인테리어의 한 요소를 넘어서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편안함과 위로,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유행하는 게 아닐까요? 단지 인테리어의 한 요소 중 하나였다면 이렇게까지 유행하지 않았을 거예요.
요즘에 ‘반려식물’이란 말도 있잖아요. 식물을 돌보는 행위가 마치 명상하는 것과 같고, 식물을 돌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죠. 식물을 돌본다는 것이 가만히 쉴 수 없는 우리 일상 사이에 쉼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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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변화하는 플랜테리어의 경향’이 있나요?

과거에는 식물을 기능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많았어요. ‘공기정화 잘 되는 식물’ 이런 식으로요. 요즘에는 식물 자체의 모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잎이 큰 열대식물, 작은 잎이어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새 잎을 내는 식물처럼요. 디자인적 요소를 많이 신경쓰죠. 그러니 제가 집에서 키우기 힘들다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유칼립투스나 아카시아를 사시는 거겠죠? (웃음)

코로나19 전후로 식물 큐레이션을 의뢰하는 고객들이 많아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체감하시는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운영하는 공간에 코로나19가 한창 전국적으로 심각했던 한여름에 입주했어요. 게다가 이번 여름에 비가 엄청 많이 왔잖아요. 코로나19에 폭우, 태풍까지 겹쳐서 집 밖에 나가지 못해서인지, 손님들이 화려한 식물들을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화분도 비비드한 색깔, 쨍한 색깔로 된 것들도 좋아하셨어요. 잎에 무늬가 강한 식물들도 많이 찾으세요. 수채화 고무나무나 칼라데아처럼 잎맥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식물들. 확실히 사람들이 식물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저희 매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보다 비대면으로 주문하는 손님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요즘 전화, 문자, 카카오톡으로 문의하는 사람들이 매장으로 직접 찾아와 구매하는 사람들보다 대략 7:3의 비율로 늘었어요. 매장에 한 번도 안 오시고 주문까지 마치는 분들도 많아요. 사후 관리까지 비대면으로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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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심다를 하나의 영역에 한정시켜 활동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식물 생활을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생각하도록, 식물을 매개로 해서 많은 사람들하고 협업하고 싶어요. 식물을 심는 행위부터 식물이 화분에 담기는 것, 정원의 모습, 식물의 모습이 담긴 굿즈, 사람들과 만나서 식물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 모든 활동들이 식물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식물 생활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해 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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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생활 초보자를 위한 심다 대표의 추천 식물

립살리스 ⓒsimda

립살리스

길게 늘어지는 줄기와 잎이 늘 싱그럽게 공간을 채워주며, 작은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다. 바닥면을 채우기보다 사람 눈높이에서 효과적으로 녹색을 보여줄 수 있고, 관리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관리법

① 일주일에 3~5번 샤워시키듯이 물에 흠뻑 담궈 적셔야 함. ② 추위에 약하므로, 실내에서 길러야 함. ③ 주기적으로 마른 줄기는 떼어주어 단정하게 정리할 필요 있음.
소철 ⓒsimda

소철

식물의 줄기와 잎이 잘 상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질감의 잎과 줄기를 가져 인기가 많다. 잎을 빨리 많이 내지는 않지만, 묵묵히 잎을 올리며 식물이 가질 수 있는 조형미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

관리법

①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실내에서 해가 잘 드는 곳에 놓아두고, 일주일에 2번 물을 줄 것. ② 낡은 잎이 적은 편이라 손이 많이 가지 않지만, 잎이 상하면 손질할 것. ③ 건조한 것을 좋아하니 물은 가급적 천천히 줄 것.
제브리나 알로카시아 ⓒsimda

제브리나 알로카시아

알로카시아 품종 중에서도 줄기에 무늬가 독특하여 인기가 많다. 알로카시아의 단점인 과습에 강하고, 잎을 자주 내는 품종이며, 선이 예쁘게 쭉쭉 뻗도록 잎을 내는 식물로 테이블 위에서 키울 정도의 크기로 나오는 품종.

관리법

① 직광보다는 반음지에 두고 키우며, 추위에 약함. ② 물은 일주일에 2-3번 정도 주며, 잎 끝이 타지 않게 가을과 겨울에는 분무로 수분 공급. ③ 가장 최근 줄기에서 새로운 잎을 내므로 오래된 잎이 낡는다면 과감하게 떼어주고, 새 줄기는 잘 클 수 있도록 관리할 것.

‘심다’ 전체 이야기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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