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급부터 A급까지, 가격대별 금속 안경테 9 – 디에디트 – THE EDIT

안녕하세요. 김구 안경이 제일 잘 어울리는 객원 에디터 김정년입니다. 많은 독자 여러분이 지난 뿔테안경 리뷰를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습니다. 새로 안경을 맞춘 에디터B도 다른 안경이 궁금하다며 다음 원고를 재촉하네요. 이번에는 안경 소개 2탄, 금속안경테 특집입니다.
안경테에서 느끼는 미감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아름다움에 매기는 값어치도 안경 브랜드마다 천차만별! 우리의 지갑 사정은 대체로 아슬아슬하고, 안경처럼 가격대가 들쭉날쭉한 물건은 적절한 판단 기준을 필요로 합니다. 안경은 시력이 나쁜 제게 생활필수품이면서, 동시에 선택에 실패하고 싶지 않은 생활 도구인데요. 저는 매일 쓰는 물건을 고를 때, 두 가지를 기준으로 심사숙고합니다. ‘가격대’와 ‘가격대별 퀄리티’
대부분의 생활 도구는 특정 금액대에서 급격하게 퀄리티가 갈립니다. 요컨대 합리적인 안경테를 사려면, S급 안경과 A급 안경, A급 안경과 B급 안경의 결정적인 차이를 빚어내는 기준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속안경테의 퀄리티를 나누는 구간을 넷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거기에 ‘라운드 프레임Round Frame’이라는 추가 옵션을 더해봤어요. 둥근 안경테는 일종의 조형예술입니다. 실처럼 얇게 짠 쇳덩어리를 활처럼 구부리면 ‘원주율π 3.141592’의 미학적 쾌감을 건드리는 동그라미가 탄생하는데 이 동그라미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감수성이 담기죠.
그래서 둥근 금속테를 기준으로 안경을 찾으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취향이나 디자인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어요. 공장에서 대량발주시키기 편리한 동그라미가 있고, 디자이너의 섬세한 감성을 담아, 특정 부위를 일부러 뭉갠 동그라미가 있습니다. 이런 동그라미의 미묘한 차이가 얼굴과 만나 누군가의 인생 안경을 만듭니다.
안경 편집샵에서 일할 때 500개의 안경을 직접 검수검품했던 금속테안경을 기준으로 10개의 둥근 금속테를 가격대별로 추려봤습니다. 본문에서 소개하는 둥근테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로 기억해주세요.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시리즈에 따라, 컬러와 쉐이프는 미묘하게 변주되니까요. 브랜드가 선사하는 감성이 마음에 들면, 브랜드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실착경험기반 금속테안경 리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1] “비상용 or 학생용 안경테를 찾는다면” 10만 원 이하

안경원에서 다발로 쌓아 놓고 파는 안경테, 홍대 패션편집샵 같은 곳에서 만나는 안경테가 이 구간에 들어옵니다. 가성비만 따졌을 때, 오히려 가성비가 안 좋은 편입니다. 특히 5만 원 미만의 안경테는 대부분 브랜드를 추적하기 어렵죠. 쓰다 보면 도색 벗겨짐이 나타나거나 연결부 나사 파손 등, 작지만 커다란 결함이 발견됩니다. 그래서 5만 원 이하의 안경테는 주력 안경을 수리로 맡길 때만 잠깐씩 바꿔 쓰는 비상용 안경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는 그래도 낫습니다. 최근에는 판매가격 5~10만 원 안팎의 안경테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성비 중심 안경원도 늘어나고 있죠. 가격효율만 따지면, 이쪽의 큐레이션을 믿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윗 가격대 아이웨어 브랜드의 악성 재고 아이템이 좋은 가격에 모여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꿀매입을 응원해요.

브랜드 미상 홍대 앞 로드샵 왕둥근 안경 2만 원대

이 안경은 개인소장템인데요. “플라스틱은 적어도 녹이 쉽게 슬지는 않으니까.”라는 생각으로 골랐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가설은 기분 좋게 적중! 아직까지도 변색이나 벗겨짐이 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가 금속테를 고를 때, ‘안경다리’만큼은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테를 고르는 걸 권해드리고 싶어요. 경험에서 비롯된 꿀팁입니다

[2] “가성비 중심 or 업무용 안경테를 찾는다면” 10 – 20만 원대

일상용 금속테를 사기에 가장 적절한 가격대입니다. 특히 웰메이드 ‘티타늄 안경테’를 구입할 수 있거든요. 원자번호 22번, 티타늄Titanium은 가볍고 튼튼한 금속인데, 심지어 피부 트러블 걱정에서도 자유롭다고 하죠. 특히 티타늄에 다른 금속을 섞어 만든 ‘베타β-티타늄’합금은 탄성이 좋고, 염분에 의한 변형 변질이 거의 없어 안경재료로서는 만능치트키입니다. 그런 티타늄의 흠을 굳이 꼽자면, 제련이 까다롭고 가공이 어렵다는 점이죠. 21세기 들어 안경 메이커들이 앞다퉈 티타늄테를 출시한 덕에, 이제는 10만 원대를 넘어서면 프레임 퀄리티가 보장되는 제품을 여럿 만날 수 있어요.
마침 아시아 브랜드가 선보이는 금속테가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10만 원 이상의 ‘베타β-티타늄테’는 국내 브랜드의 성장이 눈에 띄는데요. 디자인까지 개선된 테를 줄지어 출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내 안경 디자이너가 국내 최고 안경산지인 대구지역 안경업체를 수소문하고 있죠. 혹은 국내외 실력 좋은 금속가공업체를 찾아내, 좋은 금속테를 만들기 위한 협업에 뛰어들고 있어요. 직접 검수를 해본 입장에서 평가하면, 이 가격대의 국내 브랜드 베타β-티타늄테만큼은 어지간한 수입 브랜드 제품과 견줘도 결코 밀리지 않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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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잔등에 개성 있는 윤곽을 더했어요. 렌즈와 렌즈 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가 독특합니다. 정면에서 보면 평면적이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입체적인 꺾임새가 드므앤 안경테의 특징이죠. 피팅도 수월한 편입니다.
안경 맞출 때, 테를 내 얼굴에 맞춰 조정하는 게 중요한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브랜드의 황동색 도금을 좋아합니다. 칙칙하지 않은 색감으로 구릿빛 도금을 멋스럽게 해내서 선정해봤습니다.
‘유랑流浪’ 시리즈는 착용감에 많은 노력을 쏟은 오버사이즈 핏 ‘베타-티타늄테’입니다. 그중 105 모델은 칼로 도려낸 듯한 직선이 둥근 림 윗부분에 곧게 뻗은 ‘크라운-판토’ 디자인이 특징이죠. 둥근 금속테가 밋밋하게 느껴지시는 분들에게 ‘크라운-판토’는 좋은 대안입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는 고도수 시력 교정이 필요한 분들에게 꼭 필요한 디테일이 담겨있어요. 바로 림(rim)의 두께입니다. 렌즈가 장착되는 둥근 쇠고리를 ‘림’이라 하는데요. 정면에서 보면 얇지만, 위에서 보면 두터운 편이라, 뚱뚱한 고도수 렌즈를 달아도 자연스럽죠.
바이코즈는 안경사가 만든 아이웨어 브랜드입니다.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가볍고 편리한 안경테를 만드는 곳이죠. 전체적으로 투박한 디자인의 안경테가 많은 가운데, LUTER는 제법 스타일리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입니다.
가느다란 티타늄 프레임을 둥글게 구부려 최소한의 실루엣을 얼굴 윤곽에 드리웁니다. 청색광 차단용 안경을 찾는 분에게는 이런 간결한 비주얼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형의 테는 전반적으로 가볍고 쫀득쫀득한 착용감을 선호하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그 외 추천 브랜드: 스틸바움, 오드 아이웨어, 래쉬, 옐로우비, 로우로우, 토니세임, 스틸러.

[3] “평생 쓸 안경테&고도수 전용 안경테를 찾는다면” 20 – 50만 원대

이 가격대부터 안경테의 퀄리티가 A에서 S급으로 넘어갑니다. 가볍고 튼튼한 건 기본. 세련된 디자인과 경이로운 만듦새를 느끼는 구간이죠. “매일 쓰는 도구를 제일 좋은 것으로 쓰자”라는 소비철학에 동의하신다면, 외국산 ‘하우스 브랜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우스 브랜드는 안경업계에서 장인이 대를 이어 기술을 전수하고, 제작에 수십 수백 가지 공정을 거치는 메이커를 뜻해요. 안과수술 없이 안경과 함께 생활하는 분들에게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약속하는 메이커, 까다로운 작업공정을 거친 안경테를 만드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럽, 미국, 아시아 세계 각국의 하우스 브랜드 안경테를 다 만나봤지만, 이 가격대의 금속테는 일본산 하우스 브랜드 안경테가 독보적입니다. 유럽이나 미국 아이웨어 브랜드도 톱클래스 금속테 제작은 일본에 의뢰하곤 합니다. 예컨대 프랑스 대표 안경 브랜드인 안네 발렌틴도 금속을 다루는 M시리즈나 R시리즈만큼은 Made in Japan이죠.
[MASUNAGA Chord C]
실제로 이 가격대의 일본산 금속테를 착용해보면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감싸는 메탈 프레임의 쫀득한 탄성, 금속의 자연스러운 광택. 섬세한 수공예 장식과 깔끔한 마감처리에 감탄하게 되죠. 사진이 미처 담지 못하는 아우라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착용하면서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편집샵 퇴사할 때, 라스트 직원 할인 찬스로 내돈내산했던 절대원픽. 이 브랜드는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 개화기 모던보이 감성을 추구하는 분이 찾는 복고적 디테일이 가득하죠. 특히 NM-118은 코받침이 없는 둥근 금속테라서 저처럼 콧대가 낮은 분에게 강력추천하는 모델입니다.
안경사의 찬사를 받은 안경테이기도 합니다. 안경다리를 펼쳐 세우면 경사각이 콧잔등으로 비스듬히 내려오는데, 이러면 안경 렌즈가 동공에 맞춰지는 각이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이런 설계는 시력 교정하는 입장에서 아주 훌륭한 디테일이라고 하네요.
“이번 시즌에는 또 어떤 미친 디테일을 꾸며놨을까?” 제가 유일하게 시즌마다 룩북을 찾아보는 아이웨어 브랜드 ‘아이반’입니다. 7285는 자사의 옛 제품 복원과 클래식 디자인 개량에 힘쓰는 아이반의 서브 브랜드죠. 작은 부품을 정교하게 조립해 기발한 설계를 지닌 안경을 선보입니다.
EV-560은 프레임을 이중구조로 짠 유니크 안경테입니다. 프레임 곳곳에 들어간 섬세한 세공장식과 아름다운 발색이 관상에 고급스러움을 더합니다. 티타늄 림이 렌즈 뒤로 꺾여 나가는 독특한 디자인이죠. 전면의 플라스틱 림이 뒷면의 티타늄 림과 대비되며 인상적인 비주얼을 드리웁니다. 수공예품스러운 디테일을 눈가에 끌어들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한국에서는 ‘금자안경金子眼鏡’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 대표 안경 브랜드. KV는 20세기 초반에 유행한 옛 안경의 디테일을 선보이는 레트로 라인업입니다. 65번 제품은 둥그스름한 티타늄 림 앞뒤로 신비로운 색감의 플라스틱을 샌드위치처럼 덧대며 인상적인 비주얼을 연출하죠.
이렇게 금속과 플라스틱이 합쳐진 테를 ‘콤비네이션 테’라고 부르는데요. 여태까지 금속안경 특유의 차가운 비주얼이 부자연스러워 내심 멀리했다면, 림에 플라스틱이 달린 콤비테를 써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일반적인 테와 다른 인상을 얼굴에 드리우기 때문에, 인생안경을 찾는 좋은 변곡점을 만들겁니다.
그외 추천 브랜드: MASUNAGA, YELLOWS PLUS, BJ CLASSIC, Kame ManNen, HAKUSAN MEGANE, <THE 291> 소속 안경 브랜드.
<THE 291>는 일본의 안경 특산지, 후쿠이현 사바에시의 안경장인이 모인 연합 레이블입니다. 가업을 물려받아 자기 이름을 걸고 일평생 안경을 깎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안경테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링크는 [여기].

[4] “최첨단 or 전문직이 선호하는 안경테” 50만 원대 이상

50만 원 안팎을 기준으로 안경테를 바라보면, 명품 브랜드 로고가 찍힌 제품도 너끈히 구입할 수 있지만,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이 나란히 가는 최상급 아이웨어 브랜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끝에는 메이커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안경테가 있죠. 안경 박람회에 출품되는 최상급 제품들. 당연히 비쌉니다. 이 가격대부터는 가성비보다 가심비의 영역. 우리는 안경테값에 브랜드 감성을 얹어 값을 치르죠.
개인적으로 이 가격대의 안경을 구입하게 된다면 유럽의 몇몇 아이웨어 브랜드를 탐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공계 로맨스(?)에 매료됐거든요. 재료의 초경량화, 인체 공학적 디자인 설계 등, 안경 기술의 최신/최선을 추구하는 메이커가 있습니다. 나사 없는 안경테, 부러지지 않는 안경테를 출시하는 등, 금속테 안경테의 한계에 도전하는 유럽산 하이엔드급 안경 브랜드의 걸작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ic! berlin BARAM 50만 원대 후반

술에 취해 안경을 박살 낸 적이 있다면, 집에 어린아이가 마구 뛰어다니다 안경을 밟은 적이 있다면 ‘아이씨 베를린’은 꼭 기억해주세요. 정교한 스테인리스 스틸 가공기술을 토대로 성장한 독일 브랜드로, 이제는 부품 파손 없이 언제든 역조립이 가능한 안경까지 만드는 기술 중심 메이커입니다. 원래 네모난 모양의 안경테를 잘 뽑는 편인데, 최근 기똥찬 둥근 금속테를 출시했죠.
바로 코리아 에디션으로 출시된 BARAM입니다. 물결치듯 일렁이는 콧잔등의 브릿지가 얇고 동그란 림과 만나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는데요. 둥근 안경 특유의 복고적인 감수성은 덜어내고 힙한 기운이 가득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김구 안경 매니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Savile Row ROUND EYE 50만 원대 후반

앨거 웍스라는 영국의 유서 깊은 안경업체가 리브랜딩에 나섭니다. 그것이 지금의 새빌 로우 아이웨어라고 해요. ‘새빌 로우’는 007요원과 킹스맨이 멋진 정장을 맞추는 런던의 수트샵 거리입니다. 그런 콘셉트를 끌어안은 안경 브랜드라니. 클래식한 감성은 물론이고 그에 걸맞는 디테일도 있어야겠죠. 18K 도금처리를 마친 고급 금테안경을 선보입니다. 디자인적으로는 영국 20세기 안경의 디테일을 잘 간직하고 있어요.
영국은 20세기 중반까지 국가 차원에서 복지로 안경을 맞춰줬습니다. 그래서 전 국민이 엇비슷한 둥근테를 하나씩 집에 간직했었죠. 20세기 중후반, 존 레논이 둥근테를 멋스럽게 유행시킨 바 있죠. 강산이 서너 번 바뀌니 해리 포터의 얼굴에도 씌워지는 등, 영국산 둥근 안경은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갖고 있죠. 영국 감성을 소유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절한 브랜드 이미지를 선사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력보다는 감성이 좋아서 사는 안경테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겠어요.
세계 최초의 티타늄 무테를 선보인 덴마크의 린드버그. 디자인과 퀄리티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거기에 높은 수준의 혁신까지 달성한 세계 최정상급 안경 브랜드입니다. 디자인은 미니멀, 무게는 초경량.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안경으로 잘 알려져 있죠. 공식 입점처가 아니면 안경을 맞추기도 힘든 편이죠. 일종의 브랜드 감성이라 해야 할까요.
에어 티타늄 시리즈는 티타늄 와이어를 이리저리 구부린 끝에 하나의 안경으로 이어낸 린드버그의 대표작입니다. 얼굴에 아주 희미하고 가느다란 선을 남긴 금속 재질 안경으로 극한의 가벼움을 추구하는 유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선사합니다.
그 외 추천 브랜드: 자크 마리 마지, 안네 발렌틴, 마이 키타.
강남 플로브 안경원과 안경진정성 헤이리마을점에서 안경정보 팩트체크와 안경관련 교정교열을 도와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