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미국에서 안경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방식을 도입해 가격을 5분의 1로 낮췄던 와비파커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안경테를 직접 착용해보도록 하기 위해 고객이 마음에 드는 안경 5가지를 고르면 집으로 샘플이 배송된다. 고객은 5일동안 안경을 착용해 본 뒤 마음에 드는 안경을 선택한 후 시력검사결과 등을 웹페이지에 입력하면 2주 후 맞춤 제작 안경을 받을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안경 유통을 온라인으로 바꾼 혁신이어서 눈길을 끈다. 안경처럼 꼭 입어보거나 써봐야만 아는 품목 중 의류도 포함된다.
직접 매장을 방문해 치수를 재거나 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내게 꼭 맞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어떨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줄어들고 라이프 스타일까지 바뀌어 버린 요즘 눈길을 끄는 서비스가 있다. 비대면 맞춤 셔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젠틀리스트가 그것이다.
젠틀리스트(대표 이필성)는 와비파커처럼 고객에게 시착용 셔츠를 미리 배송한다. 고객이 가장 마음에 드는 셔츠의 QR코드로 접속해 주문하면 맞춤형 셔츠를 고객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다.
시착용 셔츠도 한국 남성의 인체 치수 데이터에서 추출한 47가지 사이즈로 고객의 키와 몸무게 기준으로 추천된 것을 배송해주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다. 시착용 셔츠에는 고유의 QR코드가 발급되어 이를 휴대폰으로 스캔해 사이즈와 디자인을 확인, 수정해 맞춤 주문하는 것이다. 또, 고객은 맞췄던 셔츠에 있는 QR코드를 통해서 언제든, 어디서든 맞춤 주문이 가능하다.
젠틀리스트는 고객이 제품 구매 전에 미리 셔츠를 입어보고 자신의 치수를 입력해 주문하는 셀프 맞춤 서비스이다.
이필성 대표는 “와비파커를 보면서 그동안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맞춤형 셔츠 제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면서 “젠틀리스트는 별도의 앱 설치나 로그인 없이도 주문 가능한 모바일 웹앱 서비스로 접근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남성복 시장은 4조582억원 규모로 이중 맞춤 셔츠 시장은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동안 아바타 가상 피팅, 가상 주문, 매직 미러 등 구매 전에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미리 입어보거나 맞춤 서비스를 위한 여러 기술들이 개발돼 왔지만 고객이 체감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이필성 대표는 이러한 고객 반응을 QR코드를 이용해 기회로 바꿨다. 이 대표는 시착, 즉 셔츠를 구매 전에 미리 입어봄으로써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QR코드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해결해 지속가능한 비대면 맞춤 셔츠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젠틀리스트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이필성 대표가 10여년 이상 양복점에서 직접 양복을 디자인하고 있는 현업 전문가라는 점이다. 게다가 양복명장인 아버지가 수십여년간 양복점을 운영하며 확보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토대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고객의 입맛에 맞는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필성 젠틀리스트 대표는 의류정보 중계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 젠틀리스트는 회사설립 반년도 안돼 이미 특허와 상품출원도 내놓고 매출도 발생하고 있다. 젠틀리스트의 최종 목표는 비대면 의류 정보 중계 플랫폼이다.
QR코드가 들어가 있는 의류 라벨로 고객은 평소 즐겨 입던 옷 사이즈를 기준으로 다른 디자인이나 컬러, 원단의 옷을 추천 받거나 비교해 봄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사이즈 걱정없이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다.
QR코드를 통해 검색이나 전용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해당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는 사이즈 오류로 인한 반품율을 줄이고 지속적으로 고객 접점을 유지할 수 있다.
와비파커를 보고 비즈니스모델을 의류에 접목하고자 시도한 것이 젠틀리스트의 시작이다. 이필성 대표의 이 같은 행보 뒤에는 양복 명장인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 이 대표는 가업을 잇기 위해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10여년간 양복 기술을 배워왔다. 그는 어릴적부터 취미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계속 공부하며 현재 양복점에서 사용중인 고객관리 및 패턴 CAD프로그램도 제작했고 양복점 마케팅을 위한 홈페이지도 직접 제작, 관리했다.
이필성 대표는 “사업 시작한지 1년도 안된 스타트업으로 약점도 많지만 수시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비대면 맞춤 셔츠 서비스를 시작으로 한국인의 손기술과 IT기술을 융합시켜 세계적인 스타일 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비대면 맞춤 셔츠 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꿈이 크다. 향후 맞춤 의류 주문 뿐 아니라 패션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의 사이즈, 디자인, 원단 등의 정보들을 QR코드를 통해 제공하는 방법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고객이 구매나 수선, AS 등의 여러 서비스를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패션 브랜드에게 연결해주는 의류정보 중계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