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훈 《빛을 케는 광부》 : 네이버 블로그

작업의도
나는 나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리고 광부로 살아온 삶의 체험이기에 기록으로 남길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내가 하루를 보내는 탄광막장은 역사의 흔적으로 소멸될 시대의 기억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작품을 만드는 이곳은 너무 깜깜해서 당장 코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그런 곳이다. 화이바에 달린 안전등 하나가 내 앞길을 밝혀 주지만 땅속 깊은 거대한 암흑 속에서는 작은 성냥불만도 못하다.
또한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작업하지만 당장 1분 후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우리 인간의 삶과도 같다.
인간의 삶에 에너지가 되어 주었던 탄광은 이제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석탄이 바닥나기도 전에 탄광은 모두 문을 닫을 것이고 암흑에 쌓인 이곳의 삶도 같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탄광의 마지막 광부세대이다.
막장은 어둠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곳이지만 이곳에서 내가 캔 석탄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빛과 온기를 주고 있다. 그리고 이곳 에서 일하는 우리 광부들은 우리나라의 산업근대화 개발에 이바지한 산업영웅들이다.
이곳의 일상과 우리의 솔직한 얼굴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곳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우리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곳에서의 삶 자체가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전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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