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우스 숨은 주역, ‘스튜디오좋’이 광고하는 법 - The PR

[더피알=정수환 기자] 만들었다 하면 화제다. SNS 특화형 콘텐츠로 MZ세대를 사로잡고, 공감을 끌어내는 스토리로 더 넓은 타깃에 다가간다. 글, 노래, 그림, 춤, 클리셰를 적재적소에 넣으며 허를 찌르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스튜디오좋’. 파격적인 발음의 형태소를 사명에 접목해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는 이 회사 남우리 대표와 송재원 대표를 (마스크 쓰고) 만나 요즘 통하는 광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튜디오좋'을 이끄는 남우리 대표(왼쪽)와 송재원 대표. 두 사람은 각각 제일기획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출신이다. 사진: 정수환 기자
‘스튜디오좋’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남우리 대표(이하 남) : 저희는 이제 5년 정도 된 광고회사이자 프로덕션입니다. 보통 광고회사에서 기획을 하고 프로덕션에 연출 및 제작을 맡기는데 저희는 프로젝트 기획부터 제작까지 함께하는 회사에요.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저희는 매체 구분이 없어요. TVC, SNS, 브랜딩 등 광고주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결과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송재원 대표(이하 송) : 현재 11명이 일을 하고 있어요. 아트디렉터, CD(Creative Director), 카피라이터, 감독, 제작PD, 편집자, 디자이너, SNS 운영 담당, 글쓰기 담당, AE(Account Executive) 등 광고회사에 있는 모든 직군이 있답니다.
최근 선보이는 콘텐츠마다 히트하고 있어요. 인기와 유명세(?)를 실감하고 계신가요.
: <더피알>에서 인터뷰를 요청해주셨을 때 잘나가고 있구나 싶었죠.(웃음) 더피알은 보통 광고주 분들을 많이 인터뷰하시더라고요. 저희한테 와주신다고 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죠. (정기자 : 감사합니다. 에이전시 분들도 인터뷰이로 많이 모시고 있어요)
: 일단 의뢰 건수가 많이 늘어났어요. 다만 저희가 작은 회사라 적은 인원으로 하고 있어 다 못 받는 상황이라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양한 기업에서 ‘스튜디오좋’과 작업을 하면, 파트너사로 언급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 정말 감사한 일이죠. 저희는 작업할 때 항상 ‘자랑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또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해요. 이런 마음을 기업 관계자분들이 알아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저희 추측이긴 한데, 광고주 입장에서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보통 광고회사가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알고 계시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광고주에게 정말 많이 물어봐요. 잘된 프로젝트 중 대부분이 광고주와 긴밀한 대화 끝에 나왔죠.
사실 스튜디오좋이 만든 콘텐츠를 보면, 속된 표현이지만 ‘병맛’이란 단어가 떠올라요. 그런데 앞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병맛이라는 말이 싫다고 하셨더라고요.
: 병맛이 저한테는 상당히 가볍게 느껴지는 단어에요. 광고는 광고주 돈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절대 가볍게 만들지 않거든요.
사람들이 병맛 광고라고 하면 톤앤무드(tone&mood)도 가볍고 제품이랑 브랜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저 웃기기만 한다고 말하는 게 싫었어요. 최대한 이를 피하려고 했죠. 항상 도움이 되는 웃김을 추구하려고 노력해요.
: 병맛이 설명하는 범위가 되게 넓잖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것 외의 의미도 함께 들어오더라고요. 저희 콘텐츠를 병맛으로 가볍게 치부하기엔 정말 많은 고민을 통해 만들어가요. 사람들이 보고 웃었으면 좋겠지만 그 안에 진지한 생각을 담으려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B급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 병맛과 다르게 B급이라는 표현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B급이라는 워딩 자체가 퀄리티를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도, 박찬욱 감독 작품도 B급이라는 소리를 듣잖아요. 즉 B급은 정서를 얘기하는 거죠. 저희 콘텐츠가 그런 코드, 정서가 있는 거지 퀄리티가 낮아서 B급은 아닌 거니까 걱정은 안돼요.
: 매체비가 큰 광고를 받기엔 아직 저희 회사가 작아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매체비가 적은 광고를 받고 있는데, 그 안에서 이길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내는 방법이 B급인 거죠. 그래서 재기발랄한 광고들이 유명해진 것 같아요. B급에 대한 우려보다는 오히려 그런 콘텐츠들이 묻히지 않고 살아남은 게 감사하죠.
웹드라마, SNS, 배너, 영상 등 광고의 형식이 다양하잖아요. 다양한 매체 안에서 어떻게 스튜디오좋의 색을 녹이려고 하나요?
: 매체별로 다르게 접근하려 하지는 않아요. 항상 매체마다 그 매체답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웹드라마 형식의 광고라면 웹드라마의 일반적인 공식을 따르려 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매체라면 인스타그램답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매체스럽지 않다’에서 우선 시선을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에서 흔하지 않은 장르로 이슈몰이한 빙그레 SNS 운영자 '빙그레우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 중 하나가 빙그레우스 같은 콘텐츠겠죠?
: 맞아요. 빙그레우스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에서 흔하지 않은 장르에요. 웹툰, 만화책, 웹소설 이런 데서 학습이 이미 많이 이뤄진 장르이기에 이미지 하나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질 거로 생각했어요.
또 너무 특이한 스토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설명도 필요하지 않고, 클리셰 장면 하나만 갖다 놓아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했죠.
: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공감하며 댓글을 많이 달아주신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본인들이 아예 스토리를 만들어 댓글에 써주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어렵지 않고 쉬운 클리셰를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당초 광고주가 설정해준 타깃팅은 20-30대였는데, 사실 이 캐릭터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어릴 때도 존재했던 캐릭터고, 현재도 즐길 수 있잖아요. 빙그레우스의 타깃층은 앞으로도 넓어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저희 인터뷰이로도 모신 빙그레우스 얘기로 넘어가 볼게요. 어떻게 만들어진 캐릭터인가요?
: 빙그레우스는 인스타그램 ‘화자’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어요. 인스타 운영자가 재미있으면 별 것 아닌 게시물을 올려도 좋아요가 오천 개, 만 개씩 나오잖아요. 반대로 화자가 재미없으면 절대 터지지 않는 게 인스타그램이란 매체에요.
화자를 매력적으로 만들면 인스타 운영이 성공적일 것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빙그레우스가 만들어졌죠. 광고주와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캐릭터를 수정해나가며 탄생한 캐릭터에요.
: 인스타그램이 구독형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웹툰처럼 기다리는 맛이 있는 콘텐츠를 빙그레우스를 통해 선보인 거죠.
같이 나오는 캐릭터들도 화제에요. 비비빅군, 투게더고리경 등 빙그레우스에 버금가는 화제성을 보이고 있어요.
: 빙그레우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팀원은 저희 부부 포함 6명이에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각자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이상형들을 리스트업했죠. 그 취향과 빙그레 제품을 모두 추린 다음 맞는 것들을 매칭시켰어요.
아직 공개는 안 됐지만 추가로 여러 캐릭터가 준비돼있습니다. 많은 캐릭터 중 자신의 취향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 제품 자체의 잘 알려진 특성, 외형, 원재료가 가진 유머 코드, 역사 등을 캐릭터 디자인에 잘 녹여내려 했어요. 예를 들어 투게더리고리경 같은 경우 다들 투게더를 밥숟가락으로 먹잖아요? 그래서 밥숟가락을 무조건 들고 있게 했어요. 또 집사 캐릭터는 무조건 수건을 들고 있는데, 수건에 투게더가 만들어진 날짜를 수놓아 접목했죠.
잘 찾아보시면 세밀한 노력의 흔적이 캐릭터 곳곳에 녹아있어요. 이를 최대한 많이 녹여낸 게 빙그레우스 캐릭터죠. 빙그레우스는 종합선물상자 같은 캐릭터에요.
빙그레우스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빙그레 세계관 속 캐릭터
각자 모티프가 된 캐릭터들이 궁금합니다.
: 투게더리고리경 같은 경우, 넷플릭스 ‘다이너스티 : 1%의 1%’라는 막장드라마에서 따왔어요. 그 드라마를 보면 아빠가 재벌이던 시절부터 아들, 2세가 이어받는 때까지 계속 그 집안을 받드는 집사가 있거든요. 그 집사가 아들 재벌의 아내와 바람을 피워요. 그래서 2세의 아들로 있는 사람이 사실은 집사의 아들인 거죠.
(정기자: 혹시 그럼 투게더리고리경도 그런 스토리를 갖고 있나요...?) 아뇨아뇨. 그런 흑막 캐릭터라는 것이지, 투게더리고리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웃음).
: 어쨌든 집사는 2세보다 집안을 더 잘 알거든요. 그 포인트를 발판삼아 투게더리고리경이 나온 거예요. 빙그레우스보다 빙그레나라를 더 잘 아는 캐릭터죠.
비비빅군은 특정 캐릭터에서 따왔다기보다 ‘육체파 농촌 장르’를 봤을 때 피가 돈다는 팀원들이 있었어요(웃음). 그 팀원들의 이상형을 담아 만든 캐릭터죠.
최근 빙그레가 해태 아이스크림을 인수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 논의드려야 하긴 해요. 그 제품들을 빙그레우스에 어떻게 접목할지. 안 그래도 많은 분이 댓글로 ‘빙그레우스 세계관 기대된다’고 달아주시더라고요.
저희는 다른 건 모르겠지만 콘텐츠 측면에선 정말 잘 됐다고 생각해요(웃음). 인스타그램에 호재인 거죠. 소스가 정말 많아져서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졌어요.
빙그레를 포함, 보해양조, 홈플러스 등 장수브랜드와 함께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장수브랜드를 광고할 때 어떤 주안점을 두고 일하시나요?
: 사실 저희가 새롭게 만든 건 없어요. 장수브랜드들은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20대들이 자기들끼리 밈을 만들거나 게시판을 만들어 노는 사례가 많아요. 다만 그게 진지하게 보이지 않을 뿐이죠. 저희는 20대가 만들고 노는 방식들을 가져다가 정돈된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 빙그레우스의 경우도 허언증 갤러리 같은 곳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빙그레 제품들을 빙그레우스의 장신구로 스며들 수 있게 한 아이디어도 같은 맥락에서 떠올리게 됐습니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최초로 했다는 게 아니라 더위사냥을 송도빌딩으로, 쿠앤크를 대리석 바닥이라고 칭하는 장난을 보며 이런 식이면 빙그레우스 장신구도 가능할 거로 생각한 거죠. 빙그레우스의 B급은 저희가 만들어낸 게 아니고, 이미 빙그레 자체가 그런 밈을 누리기에 충분한 브랜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