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수십만원대 '강아지 집’ 완판… 삼성전자 출신 펫 용품 디자이너의 비전 - 중앙일보

"반려동물을 애완동물로만 여기던 시대가 지나면서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이 성장했어요. 이때 하울팟은 반려동물의 행동학 요소와 디자이너의 고민을 담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의 필요, 심미성을 함께 채웠죠."
반려동물 디자인 브랜드 하울팟의 제품·서비스 디자인을 총괄하는 윤성웅 하울팟 브랜드 디렉터는 펫코노미 시장의 성장 배경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주인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가 강한 ‘애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의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의 시선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디자인 권리를 지지하는 하울팟의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는 윤성웅 브랜드 디렉터. [사진 하울팟]
삼성전자 가전제품 디자이너였던 안중근·임동률 공동대표 2명이 2015년 창업한 하울팟은 '반려동물의 디자인 권리를 지지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둔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처음 내놓은 강아지집 제품을 발판으로 해마다 플러스 성장을 해 창업 5년 만에 2명에서 23명이 일하는 회사가 됐다. 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0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창업자들과 삼성디자인멤버십 커뮤니티에서 함께 했던 윤 디렉터는 처음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다가 2018년 하울팟에 합류했다. 윤 디렉터는 인터뷰 내내 반려동물을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주인'이 아닌 '보호자'라 호칭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들의 행동을 철저히 분석해 불편함을 덜어낸 제품이 보호자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았다"는 게 윤 디렉터의 설명이다.
서울 본사의 디자인팀과 부산의 케어센터가 협업하는 형태로 제품을 만듭니다. 케어센터에 반려견 행동 교육자 세 분이 계시는데, 제품 아이디어를 보내면 행동학적으로 효과가 어떤지 검증하는 작업을 거쳐요. 그렇게 제품 효용과 디자인을 보완하면서 제품을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강아지 보금자리인 '하울리'와 장난감 '토이 라면'이 있어요.
하울리는 강아지가 땅을 파는 습성을 고려한 집이에요. 강아지는 깊은 구석을 파는 행동을 종종 하는데, 이를 반영해 딱딱한 네모난 집이 아닌 반만 열린 형태의 경사진 집을 만들었죠. 이 변화 덕분에 강아지는 기존의 집보다 더 안정감을 느꼈고, 땅을 파는 행동도 편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토이 라면은 강아지들이 먹이를 찾듯 운동화 끈을 물고 뜯는 것에 착안해 라면 형태의 끈을 만들어 그사이에 간식을 숨길 수 있는 장난감이에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할 때와 같아요. 사람의 행동, 공간, 사용하는 물건을 관찰하면서 제품의 인사이트를 얻는 것처럼, 반려동물 제품을 디자인할 때는 반려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또 실제로 반려동물을 위해 제품을 사용해줄 분은 보호자이기에, 반려동물과 사람 양쪽을 관찰하면서 얻은 영감의 교집합을 찾아 디자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만든 강아지 산책용 워킹수트를 만들 때도 강아지의 편리함뿐 아니라 보호자가 입히기 편한 것까지 고민했죠.
하울팟이 앞장서서 프리미엄을 내세우지는 않아요. 행동학, 디자인, 완성도를 총체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대신 소비자분들의 요구로 고급 제품을 만들기도 해요. 27만원대에 내놓은 기존 하울리는 매진된 상태고, 더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를 활용한 58만원짜리 하울리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입니다.
네. 2015년에 하울팟이 론칭할 때보다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우는 것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어요. 동물 프로그램 대명사가 된 'TV 동물농장'만 보다가 반려동물 TV 프로그램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죠. 저희도 코로나19 이전에는 강아지 행동학 전문가, 수의사를 모시고 세미나를 종종 진행했는데, 개최하는 대로 예상 인원을 꽉 채우는 등 보호자들의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반려동물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어요. 사람 관련 제품을 디자인하던 이들이 반려동물 제품에 접근한 하울팟만 봐도 그렇죠. 이전에는 보호자들이 보기에 예쁘고, 편하며, 저렴한 보조적인 제품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반려동물을 중심에 둔 제품이 중요해졌어요.
그는 "반려동물 시장은 이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며 "비즈니스를 보는 이들이 펫코노미 시장을 '보조'가 아닌 ‘중심'으로 볼 문화가 열리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하울팟도 사람이 쓰는 제품과 동등한 디자인 가치를 적용하는 가치를 지키며 다른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 시장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성웅 하울팟 브랜드 디렉터는 오는 29일 열리는 폴인트렌드 세미나 〈펫코노미 : '집사'들이 키우는 시장〉에 연사로 참여해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한 펫코노미 제품 시장’을 주제로 강연한다. 이 세미나에는 서혜은 오픈서베이 마케팅그룹장과 이태형 펫닥 부대표·수의사도 참석해 펫코노미 트렌드와 시장에 관해 이야기한다. 폴인멤버십 회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