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린스에드워드섬의 클리프턴에서 태어났다.유서 깊은 이 섬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자서전》중에서
토끼풀로 뒤덮인 샬럿타운의 들판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일생 동안 스무 편의 장편소설과 5백 편이 넘는 단편소설, 수백 편의 시와 수필을 발표했다. 그중 1908년에 출간된 첫 번째 장편소설 《빨강머리 앤》은 몽고메리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독자들은 《빨강머리 앤》에 열광했고, 몽고메리는 그 인기에 힘입어 용기 있고 정열적인 앤의 또 다른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그리하여 일곱 편의 후속 작품과 세 권의 이야기 모음집이 완성되었다. 《빨강머리 앤》의 초판은 작가와 출판사가 모두 깜짝 놀랄 만큼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갔다. 이 작품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5천만 부 이상 팔렸고, 스무 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수많은 영화와 연극, 뮤지컬,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초록지붕 집의 현재 모습
《빨강머리 앤》이 나온 지 1백 년이 넘은 지금도 새로운 파생 상품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으며, 모두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인기의 뿌리는 당연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원작 소설이다. 나이 든 남매가 농장 일을 도와줄 남자아이를 입양하려고 했는데, 착오가 생겨 빼빼 마른 체격에 특이한 성격을 지닌 여자아이가 온다는 설정부터 흥미롭다. 하지만 이 소설을 더욱더 흥미롭게 하는 것은 수다스럽고 사랑스러운 앤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다. 초록지붕 집에 도착한 첫날부터 보육원으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암울한 상황에 맞닥뜨린 앤! 하지만 앤은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노란 카놀라밭을 배경으로 활짝 핀 데이지와 야생 당근, 미역취.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와 매력적인 소녀 앤 셜리는 서로 많이 닮았다. 무엇보다 주변 풍경을 보자마자 상상력이 발동하는 예민한 감수성이 꼭 닮았다. 몽고메리는 즐겨 찾던 장소에 ‘연인의 오솔길 ’, ‘빛나는 물의 호수’, ‘유령의 숲’ 같은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소설 속에서 앤도 똑같은 이름을 붙였다. 드넓은 바다와 들판은 이들이 상상력을 펼치는 캔버스가 되어주었고,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두 소녀의 영혼을 살찌웠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몽고메리의 일기 중 초기 8년의 기록은 《빨강머리 앤》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다. 그녀가 일기에 가장 시적으로 묘사한 대상은 옷이나 친구들, 실내장식, 교실, 구혼자 따위가 아니라 자연 풍경이다. 몽고메리가 자연으로 시선을 돌리면 평범한 일상은 서서히 사라지고 강렬하고 미학적인 문장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석양의 미묘한 색조, 가을의 변화무쌍한 빛깔, 말이 끄는 썰매가 남기고 간 겨울 풍경 등은 모드 몽고메리나 앤 셜리의 눈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의미로 독자의 가슴에 스며든다.
석양에 물든 캐번디시 해변
프린스에드워드섬은 누구라도 풍경 속을 한가하게 거닐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모드 몽고메리는 자서전에 “구불구불 휘어진 길의 짙은 붉은색, 고지대와 초원의 밝은 에메랄드색, 섬을 둘러싼 바다의 반짝이는 사파이어색”으로 섬의 풍경을 묘사했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프린스에드워드섬은 몽고메리가 《빨강머리 앤》을 탄생시키도록 창의력에 불을 지펴주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 그 풍경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이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이 책은 몽고메리와 앤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었던 바로 그 풍경 속으로 독자들이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할 것이다.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책 내용 중 일부를 발췌 소개합니다.기간: 5월 27일~5월 31일(※총 5회)
#1. 세상에서 가장 꽃이 만발한 곳_프린스에드워드섬#2. 서로 닮은 고아_ 모드 몽고메리와 앤 셜리의 삶#3. 더욱 시적인 그 무엇_ 모드와 앤의 상상력#4. 10월이 있는 세상_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사계절#5. 위대하고 신성한 숲_ 작가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