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런던, 뉴욕에 지점을 두고 있는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Pentagram은 브랜딩, 북 디자인, 캠페인, 디지털 디자인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펜타그램의 디자이너 조디 허드슨-파웰Jody Hudson-Powell과 루크 파웰Luke Powell이 기술 주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인 카운터포인트 스튜디오Counterpoint Studio와 협력하여 버섯이 자라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파Hypha, 균사'라는 서체를 제작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 출처ㅣ펜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이 서체 디자인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서체가 버섯처럼 '자라난다'라는 것이다. 런던의 서머싯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 열린 전시 <버섯들: 버섯의 예술, 디자인, 그리고 미래Mushrooms: The Art, Design and Future of Fungi>를 통해 선보인 이 서체는 역사 전반에 걸쳐 전 세계 문화에 영향을 주었던 '버섯'을 다양한 분야로 만나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ㅣ펜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사진 출처ㅣ펜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펜타그램의 디자이너는 "신화적이고 환각적이며, 유익하고 영감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펜타그램이 하고자 한 바는 버섯의 마법을 포착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체계적인 격자 구조와 대조되는 디지털 '성장'의 생성적인 서체를 특징으로 합니다."라며 독특하게 자라나는 서체를 디자인한 소감을 밝혔다.
전시 <버섯들: 버섯의 예술, 디자인, 그리고 미래> 현장. 사진 출처ㅣ펜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자라나는 서체 디자인을 위해 펜타그램은 과학의 영역을 연구했다. 먼저 과학 목록 기록 보관소와 균학 분야 분석을 통해 영감을 얻었으며, 로지 에머리Rosie Emery에게 라플라시안Laplacian 성장 패턴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어 카운터포인트 스튜디오는 알고리즘 균사체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동시에 WebGL 기반 개발 툴을 만들어 서체 디자인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균사체 성장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펜타그램은 3차원 공간에서 활성과 비활성 영역을 상쇄하는 서체 시스템을 디자인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문자 형태에서 벗어난 '돌연변이' 글자를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이트에서 'Design'을 입력해 만든 서체 디자인. 마치 균이 자라나듯 만들어지는 모습이 흥미롭다. 사진 출처ㅣ하이파 공식 홈페이지
하이파 사이트에서는 누구나 직접 문자를 입력해 글자가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글자를 입력한 후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옵션을 선택해 그때그때 다른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버섯이 자라나는 것처럼, 완벽한 글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색, 크기, 밀도 및 표면 모양 등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시작 단계에서는 그저 포자처럼 보였던 요소들이 모여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며 글자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 요소다. 자라나는 글자의 모습에서 무생물이 아닌 실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살짝 엿본듯한 느낌도 든다.
사진 출처ㅣ펜타그램 공식 홈페이지
무형의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생명을 얻게 되는 일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는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만남과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디자인은 사람의 창의성에만 의존하려 하지 않는다. 사람의 아이디어와 인공지능이 함께 하면서 시너지를 내며,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글 | 디자인프레스 온라인 기자단 흥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