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들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뭐(M)든지 다(D)해서 MD다.”
최종적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한다는 의미입니다.
MD(Merchandiser)는 시장조사를 통해 상품을 계획, 구입, 가공, 상품 진열, 판매 등 제품이 선보이는 전후 과정에 참여합니다. 어떤 과정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기획MD, ▲영업MD, ▲생산MD, ▲구매(바잉)MD 등으로 구분돼, 업무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패션 MD를 시작으로 콘텐츠 MD까지, 브랜드가 지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MD 안소리 씨를 잡화점이 만나봤습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서 크리에이터 셀(팀)을 담당하는 안소리 MD는 한창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확장되고 있던 시기에 온라인 편집숍 29CM 패션 MD로 입사했습니다.
관련 경력이 없던 안 씨는 "합격할 줄 몰랐다"고 사회초년생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출처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2013년만 해도 MD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때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제 전공(디자인)과 무관한 분야를 선택했기에 저 역시도 MD 업무에 대해 잘 몰랐죠. 그런데 마침 의류 관련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MD 업무를 짐작할 수 있게 했어요. 마네킹에 옷을 입혀보고, 매대에 배치하면서 이 옷을 가져오는 업체에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제 안목이 소비자의 선택과 일치해서 매장 매출이 오를 땐 성취감도 있었어요.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애써서 작성한 결과 패션 MD에 발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안 씨의 주 업무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국내 브랜드를 발굴해 빛을 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패션 MD로 일한 5년간 100 여개의 브랜드를 만나다 보니 MD경력에 한 획을 긋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출처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몇 계절을 앞서가야 하는 패션 업계는 안 씨를 분주하게도 했지만 MD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빠르게 습득하게 했습니다.
성장 원동력에 대해 묻자 “트렌드를 캐치하기 위해서 그때는 양손 가득 여러 가지 제품 샘플들을 쥐고 추울 때 더 춥게, 더울 때 더 덥게 살았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서른이 되는 해에 '세계여행을 떠나겠다'는 목표를 함께 실행한 20년지기 친구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20년 지기 친구들과의 세계여행 약속을 지키기 위해 29CM를 떠나기로 결심한 안 씨.
반 년 가량을 여행에 투자하면서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이 일을 사랑하는 건 여전한데, 앞으로도 내 속도에 맞춰서 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경력에 확신이 생겼다고 합니다.
귀국 후 그녀는 MD계의 최전선이라 불리는 패션업에서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으로 이직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MD 직무는 유지한 채 말이죠.
SORI를 거꾸로 배열해 만든 이름 IROS, 클래스101에서 안소리MD 활동명
우리의 이용자들은 어떤 목마름이 있을까, 그리고 우리 콘텐츠가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그걸 고민해요. 과거엔 보물 찾기 하듯이 ‘물건’을 찾았다면 지금은 스스로가 보석인지 모르는 ‘사람’을 찾아내고 있어요. 사실 일부러 영역을 바꾼 건 아니라서 제가 해왔던 일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거든요. 보석을 발굴해서 멋지게 소개하는 일이죠.다만, 이제는 사람이 전할 수 있는 ‘가치’를 저희 페이지 한 장에 온전히 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완성된 클래스에 담긴 시간과 과정을 동시에 팔게 됐으니까요.
출처사진=권혁성 PD hskwon@donga.com
SNS 쪽지로 취업준비생들의 조언 요청을 종종 받는다는 안 씨는 자격증이나 어학점수 등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스펙'을 쌓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우물만 꾸준히 파야 하는 직무도 있지만 자신의 과거를 돌이켰을 때 "쓸모없는 경험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며 "MD는 계속 새로운 우물을 찾아 떠나야 하는 직업인만큼 매사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일단 부딪혀 보라"는 애정 어린 당부를 남겼습니다.
박선주 기자 pige32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