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집이 있는가 하면 통통 튀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집도 있다. 오늘 소개할 뉴욕 소호 근방에 위치한 아파트는 후자에 속한다. 첫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이 집은 볼드한 색감과 질감, 형태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크로스바이 디자인 스튜디오 설립자의 집으로, 실제 디자이너가 추구하고 작업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냈다.
보라색 틴트 유리가 사용된 부엌과 식탁 공간
대부분의 가구와 장식품은 디자인 스튜디오 하츠와의 콜라보 제품이다. 사진 출처ㅣ딜런 챈들러, 크로스바이 스튜디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 보라색. 거실을 가득 메우는 보라색 카펫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실 벽의 한 면은 타일로 마감해 평범함을 거부했고, 작은 스툴을 쌓아올린 듯한 진한 보라색의 책장은 밋밋한 벽에 가구이자 장식이 된다. 보라색의 강렬함을 살짝 차분하게 보이도록 밸런스를 맞춰주는 밝은 회색은 보라색이 아닌 모든 곳에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라색 카펫이 시선을 사로잡는 거실. 바깥 풍경이 낯설기까지 하다.
보라색 카펫 위에 놓인 금색과 은색이 화려하지만 의외로 자연스러운 매치를 이룬다. 사진 출처ㅣ딜런 챈들러, 크로스바이 스튜디오
전체적으로 아주 강렬하고 튀는 보라색이 아파트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금색과 은색의 반짝거리는 재질들의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이 사용됐다. 하나하나 개성 강한 제품들이 조화를 이룬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 집안 곳곳에 놓인 식물은 조금이나마 집에 따스한 분위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유리로 인해 답답해 보이지는 않는다.
(좌) 부엌에 걸린 푸른색 거울이 비치는 장면 하나하나를 그림으로 만든다. (우) 보라색 틴트 유리가 사용된 부엌과 식탁 공간. 사진 출처ㅣ딜런 챈들러, 크로스바이 스튜디오
부엌과 식탁 경계 부분에는 보라색 틴트 글라스로 처리해 시각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공간이 탄생했다. 부엌 캐비닛은 비건 가죽으로 맞춤 제작됐고 밋밋한 부엌 벽에 걸린 거울은 푸른 색감이 들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똑같은 방식이 화장실 샤워공간에 적용됐다. 습한 공간과 건조한 공간을 나누는 옅은 보라색 유리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침실과 전경. 디자인 호텔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볼드하다.
(좌) 2층 화장실 뒤 공간에 마련된 클로젯에 놓인 액세서리들. 집주인의 취향이 느껴진다. (우) 남는 자투리 공간에는 작은 소파를 제작해 쉴 곳을 마련했다. 사진 출처ㅣ딜런 챈들러, 크로스바이 스튜디오
집은 총 2개 층으로 아래층에는 거실과 부엌이, 위층에는 침실과 화장실이 있다. 이 집의 거의 대부분의 가구는 맞춤 제작된 상품으로 뭄바이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하츠와의 콜라보 제품이다. 크로스바이 디자인 스튜디오는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며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버려진 발렌시아가 옷들을 모아 투명한 플라스틱에 채워 넣어 만든 소파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2층 공간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철제 계단도 벽과 같은 색으로 칠해졌다.
책장과 같은 디자인의 스툴. 베갯잇도 보라색으로 특수 제작했다. 사진 출처ㅣ딜런 챈들러, 크로스바이 스튜디오
왜 하필 보라색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디자이너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 집을 디자인할 당시 저 색에 빠져있었다고. 만약 지금 다시 집을 디자인하게 된다면 네온 그린이 포인트 색상이 될 거라고 했다. 그것도 물론 지금 가장 좋아하는 색이 네온 그린이라서! 스스럼없이 개성을 표현하는 디자이너와 그만의 공간이라 그런지 자유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