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jo1205
사실 참 많이 망설인 곳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튜디오’라는 코너인 만큼 1인 규모라도 ‘스튜디오’를 소개해야 마땅한데, 프릳츠 인하우스 디자인팀 소속으로 프릳츠 디자인 전반을 책임지는 조인혁 작가를 추천받았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조인혁 작가를 이대로 지나치기에는 그의 작업과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당장 검색창에 ‘조인혁’을 검색하더라도 그를 이대로 지나치면 안 되는 이유를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그의 포트폴리오를 사흘에 거쳐 탐독하고, 다시 나흘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를 취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약 한 시간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취재하기를 참 잘했다고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조인혁 작가만의 특별한 매력을 여러분께서도 함께 느끼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이
프릳츠 디자인조인혁 작가 (이하 조)진행
디자인프레스 에디터강 (이하 강)
한때 가죽공예에 심취했던 조인혁 작가는 직접 만든 가죽 소품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브랜딩 하기도 했다. 그래픽디자이너답게 붓과 바늘을 교차시키고 JO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jojo1205
한때 가죽공예에 심취했던 조인혁 작가는 직접 만든 가죽 소품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브랜딩 하기도 했다. 그래픽디자이너답게 붓과 바늘을 교차시키고 JO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jojo1205
강 :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조 : 회사 다니면서 개인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는 조인혁이라고 합니다. 그래픽, 일러스트, 브랜딩 등 여러 분야를 하고 있구요. 최근에는 공간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 : 프릳츠 인하우스 소속이기도 하셔서, 프릳츠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프릳츠는 처음에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나요?
조 : 사실 이전 직장 다닐 때 외주 일로 프릳츠 로고 디자인 작업을 먼저 맡게 되었어요. 정승민 형(TRVR 대표)이 소개를 시켜줘서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사장님이랑 합이 잘 맞더라구요. 그래서 로고 작업 이후에도 계속 프릳츠 디자인 작업들 도와드리다가 아예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강 : 출퇴근은 좀 자유로우신가요? 회사에 소속되면 아무래도 딱딱할 것 같은데.
조 : 회사에서는 별말이 없길래 제가 먼저 출퇴근 시간을 정해달라고 했어요. 전 규율이 있어야 오히려 작업이 잘 되거든요. 그래서 출퇴근 시간은 10시에서 7시로 정해졌구요, 그 시간동안은 딱 프릳츠 일만 집중해서 하고 7시부터는 개인 작업에 할애하고 있어요.
강 : 개인 작업은 주로 어떤 건가요?
조 : 일러스트 작업은 계속하고 있구요, 예전에 비해서 디자인 의뢰나 패키지 의뢰가 많아져서 그쪽 작업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프릳츠 물개 @ jojo1205
강 : 프릳츠 로고를 보며 제일 궁금한 부분이 ‘물개가 커피숍 로고에 왜 등장하게 된 거지?’ 하는 부분이었어요.
조 : 말씀드린 것처럼, 프릳츠 로고는 제가 외주로 받았던 일인데다가 제가 클라이언트를 대하는 방법도 잘 몰랐던 초창기에 진행한 작업이라 고생을 좀 했었어요. 대표님이 로고 디자인을 의뢰하시면서 ‘커피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징이 등장했으면 좋겠다’고 명확히 방향을 제시해주긴 하셨는데, 답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하루는 이야기 도중에 대표님이 ‘아무거나 다 괜찮아. 심지어 물개가 등장해도 상관없어’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물개를 등장시켜봤죠. (웃음)
동물이 월등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2014/2015년 로고 디자인 작업 @ jojo1205
강 : 전 원래 좋아하는 동물이라 넣으셨나 했어요. 다른 로고 작업에서도 동물이 워낙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서요.
조 : 동물... 사실 제가 동물에 관심 있는 편은 아닌데, 프릳츠 이후에 로고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주로 동물 캐릭터가 삽입된 로고를 요청하시더라구요. 다른 타이포 로고나 그래픽 심볼을 사용한 로고 시안을 보내드려도 결국엔 동물 캐릭터가 뽑혀서 돌아와요.
초기 프릳츠 시안에는 디귿 받침 대신 티긑이 들어가 있었다. 균형감이 떨어져 고민하던 중 TRVR 정승민 대표의 조언으로 디귿을 넣게 되었다고 @ jojo1205
강 : 물개도 물개지만 표현 방식도 독특해요. 모티브는 어디서 얻으셨어요?
조 : 그, 옛날 소련 때 나온…
강 : 하하, 보통은 러시아라고 하지 않나요?
조 : 아 그렇죠. 옛날 러시아에서 나온 성냥갑 디자인을 보면 보통 라인이 아닌 면을 활용해 1도 단색으로 프린트를 한 디자인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거기에서 착안해 작업하게 되었어요.
강 : 이런 표현 방식은 조인혁 작가의 다른 작업에서도 많이 확인할 수 있더라구요.
조 : 아무래도 첫 직장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첫 직장은 패션 회사였는데 고(古) 서적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래픽을 개발하는 곳이었거든요. 그곳에서 레퍼런스들 보고, 그런 느낌으로 디자인을 연습하다 보니까 지금의 스타일로 발전하게 된 것 같아요.
강 : 앞으로 프릳츠 로고 디자인을 바꿀 계획이 있으신가요?
조 : 글쎄요.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할 것 같아요. 스타벅스도 초기 로고는 굉장히 복잡했었잖아요. 프릳츠도 나중에는 물개 한 마리만 있어도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병에 직접 인쇄한 콜드 브루 패키지 2015 FRITZCOFFEECOMPANY
인터뷰 당일 처음 매대에 소개된 '밀크 글라스' 2015 FRITZCOFFEECOMPANY
조 : 밀크 글라스의 경우 가장 다른 카페들과 차별화되는 MD라고 생각해요. 80년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밀크 글라스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품이잖아요. 프릳츠의 아이덴티티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예전부터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선보일 수 있게 되었어요.
강 : 갑작스러운 질문이긴 한데, 원래 커피를 좋아하셨어요?
조 : 아뇨. 전 여기 오기 전까지 믹스 커피만 마셨어요.(웃음) 여기 들어오면서 좋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니까 이제 커피 맛만 봐도 좋은 커피다, 아니다를 분간할 수 있게 되었어요.
프릳츠 양재점 공간디자인 @ jojo1205
강 : 양재점 공간 디자인은 직접 맡으셨다구요.
조 : 네 사실 인테리어는 전혀 관심도 없어서 제가 살던 데도 하나도 안 꾸며놓고 살았거든요. 오죽하면 친구들이 “넌 디자이너가 왜 그러고 사냐”라고 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이번 집으로 이사 오면서는 좀 꾸며야겠다고 생각하고 인테리어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프릳츠 3호점 공간 콘셉트도 제가 맡게 된 거예요. 그때부터는 공간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프릳츠는 한국식 레트로 콘셉트를 지향하기 때문에 예전 감성을 살릴 수 있는 소품들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광주까지 연락해서 바닥 타일 수소문하고 벽지 찾아 다니고. 소방법도 양재점 공간 디자인 맡으면서 처음 공부하게 되었어요. 일정 비율 이상을 나무를 사용할 수 없다는 법규가 있어서 나무와 타일을 어떻게 배합해야겠다, 이런 고민도 많이 했고요.
강 : 소품들은 어디서 주로 구하셨어요?
조 : 동묘에서 주로 많이 찾았구요, 조명은 을지로에서 가장 오래된 조명 가게를 20여 곳 돌면서 찾았습니다.
김판조 닭강정 로고디자인 @ jojo1205
강 : 프릳츠 작업 외에 꼭 들어보고 싶었던 작업이 김판조 닭강정 로고예요. 제가 본 닭강정집 로고 중에 아마 가장 세련되지 않았나 싶어요.
조 : 저도 이렇게 유명한 닭강정 집인지는 모르고 작업을 맡았어요.
강: 어떻게 의뢰를 받으셨어요?
조 : 이곳 사모님이 예전부터 제 그림을 좋아하셨나 봐요. 사장님께 직접 추천해주셔서 작업 맡게 되었는데, 여기 사장님께서도 브랜딩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으시더라구요. 클라이언트가 브랜딩에 관심이 있으면 로고 디자인 하나만 하더라도 브랜드 전체가 확실히 달라져요. 전 로고 디자인만 맡았지만 사장님이 로고 분위기에 맞추어 전반적인 닭강정 브랜딩을 녹여내셔서 저도 굉장히 만족한 작업이에요.
강 : 이 작업뿐 아니라 에칭 느낌을 참 잘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조 : 에칭을 한 번 선보이고 알려지게 되니까 에칭 느낌의 로고가 필요할 때 많이 찾아 주세요.
강 : 실제 판화 작업도 하시나요?
조 : 그래야 참된 디자이너이긴 한데(웃음) 그러지는 못하고 포토샵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CLOCKWORK와 TRVR과 함께 기획한 일러스트 전시회 'CLOCKWORK VOL.1 & JO IN HYUK 1ST EXHIBITION' @ jojo1205
강 : 사실 예상과 굉장히 달라서 놀랐어요. 전 엄청 작가주의적이시고 자유로운 영혼일 줄 알았거든요
조 : 하하. 전 제가 생각해도 엄청 성실한 타입이예요. 졸업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회사를 쉬거나 일에서 손을 놓은 적이 없구요. 회사에서는 회사일만 하고 회사 밖에서는 또 제 작업을 하고요.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늘어져있는 것도 안 좋아하고. 그래서 친구들이 ‘일중독자 노인’이라고 놀려요. 굉장히 늦게 자고 엄청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일만 하거든요.
강 : 엄청나신데요. 만약 디자이너가 안되셨다면 뭘 하고 계실까요?
조 : 아마도 군인?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시거든요. 어릴 때부터 가정 교육을 군사 훈련받듯이 해서..
강 : 와! 갑자기 전부 설명되는 기분이예요. 그래서 규칙을 좋아하시는군요.
조 : 그랬나? 하하. 아버지가 군인이시니까 제가 늘 만나는 분들도 군인이셨고, 제가 고향이 진해라 고등학교 친구들 반 이상이 해군, 직업 군인이 되었거든요. 무엇보다 전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림을 그려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강 : 그럼 언제 처음 그림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걸 아셨어요?
조 : 고등학교 2학년 때였나, 당시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절이었는데..
강 : 실례지만 저보다 젊으신데..
조 : 하하하, 그렇기 한데 저희 고장이 워낙 작은 도시라서요. 아무튼 그 즈음 ‘다음 카페’가 유행할 때라 저도 미술 관련된 카페에 가입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카페 회원한테 메일이 왔더라구요. 알고 보니 잘못 보낸 메일이긴 하지만 그분과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그림 그려서 대학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이 미술 입시 학원 강사셨거든요.
강 : ..어...혹시 입시학원의 마케팅에 넘어가신 건 아닐까요?
조 : (웃음) 아닐 거예요. 그분 지금은 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계시니까요. 그분 통해 미술로 대학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부모님께서 굉장히 반대를 하셨어요. 네가 아무리 잘 그려도 대도시에 미술 학원 다니는 애들이나 예고에서 계속 그림 그려왔던 애들이랑 경쟁이 되겠냐, 걱정이 되신 거죠. 그래도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계속해서 설득을 했어요.
강 : 처음부터 디자인과를 고려하셨나요?
조 : 아뇨, 그때는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해서 애니메이션과에 가고 싶었어요. 원화가가 되는 게 꿈이기도 했구요.
강 : 그래서인지 일러스트 작가로 가장 먼저 알려지셨어요.
조 : 일러스트 작가로 쭉 남고 싶기도 했는데,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히니 일러스트도 디자인도 전부 다 해야겠더라구요. 또 새로운 작업에 호기심이 많기도 했구요. 지금은 저만의 카페를 만들고 싶기도 하고,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브랜딩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싶기도 해요. 아직은 저 혼자 작업이라 로고 디자인으로 그치지만 통합 브랜딩 작업도 해보고 싶거든요.
강 : 곧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조 : 네, 프릳츠 자체가 디자인 스튜디오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강 : 마지막으로 다음 스튜디오 추천해주시겠어요?
조 : 이분들이 저를 모르실 수도 있는데, 제가 이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팰린드롬의 옥근남, 남무현 디자이너를 추천하고 싶어요.
강 : 제가 전해드릴 메시지가 있을까요?
조 : ‘실례가 안된다면 소개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해주세요. 그런데 실례가 되면 어쩌죠?
강 : (웃음) 아닐 거예요. 제가 메시지 잘 전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