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타트업 옥토끼프로젝트을지로 플래그십스토어 `고잉메리` 요괴라면 출시로 SNS서 `인기몰이` 분식집·편의점 합친 유통채널 오픈 한편엔 저렴·독특한 분식메뉴 팔고 한쪽 매대엔 트렌드 상품 큐레이션 레시피·영상 등 미디어 사업 주력
지난 4월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역 인근 을지트윈타워 1층에 특이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협업해 '갤럭시라면'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던 미디어 스타트업 '옥토끼프로젝트'가 오픈한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고잉메리 을지트윈타워점(메리상회)'다. 을지로 한복판의 번듯한 신축 건물 1층에 290㎡(약 88평) 규모로 들어선 이곳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은 2500원이다. 오렌지 하나를 통째로 짜서 넣었다는 '호텔 오렌지에이드' 한잔은 1900원. 갤럭시라면의 모태인 요괴라면을 봉골레·크림파스타 등으로 다양하게 재해석한 메뉴 가격은 4500원에 불과하다. 이곳의 메뉴 상당수는 '오뚜기' '노브랜드' 등 대형 브랜드 제품을 새로운 레시피로 재해석한 것들이다. 제품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비용만도 상당할 텐데 어떻게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옥토끼프로젝트 측에 따르면 이는 메리상회가 표방하는 특이한 사업구조 때문이다. 메리상회가 영위하는 사업은 크게 식음료(F&B), 리테일, 미디어 세 가지로 구분된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나는 공간은 노브랜드·오뚜기·와인나라·언리미트 등 다양한 브랜드의 트렌디한 상품들이 입점한 리테일 공간이다. 이 공간을 지나 몸을 남쪽으로 틀면 리테일 공간에 비치됐던 기성 식품을 조리해 만드는 F&B 공간이 나타난다. 여인호 옥토끼프로젝트 대표에 따르면 보이는 것과 달리 이 기업의 플래그십 스토어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의외로 '미디어 사업'이다. 미디어 사업의 수입을 기반으로 F&B와 리테일 부문에서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상회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일반 유통채널처럼 매출의 일정 부분을 옥토끼프로젝트 측에서 가져가지 않는다. 대신 이들이 제공하는 세 가지 서비스의 대가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회비'를 회사 측에 매달 지불한다.
옥토끼프로젝트의 미디어 사업은 기성 제품을 단순히 대중에게 노출시키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여 대표는 설명한다. 대신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브랜드가 펼칠 수 있는 다방면의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는 기획사처럼 움직인다. 예컨대 오프라인 매장에 특정 브랜드 상품을 비치할 때는 집기를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다르게 꾸미거나 여러 상품 중 이달의 상품 몇 가지를 큐레이션해 비치한다. 메리상회 북측 한 코너를 차지한 와인나라는 매달 이달의 와인 5종을 선정해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이 와인을 주문하면 와인에 대한 설명이 적힌 작은 카드를 고객에게 나눠줘 음용법, 와인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한다.
식품은 옥토끼프로젝트 측에서 직접 레시피를 개발해 제품과 함께 소개하고, 이를 바로 옆 F&B 매장에서 먹을 수 있게 기획하기도 한다. F&B 매장 한 구석에는 '요괴테스트키친'이라는 주방 공간을 설치했다. 여기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레시피로 요리하는 영상을 촬영해 매장 내에 있는 스크린에 방영하고 와인 테이스팅 등 오프라인 행사도 개최한다.
옥토끼프로젝트의 다양한 실험은 그 자체로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된다. 지난 14일 오후 6시 30분께 메리상회에서 만난 김정은 씨(40)는 "실험적인 식음 공간이라고 해서 여의도에서 업무를 마치고 네 살 아들, 남편과 함께 매장을 방문했다"며 "앞으로 이런 공간들이 많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괴라면과 젤리를 구입하면서 아들에게 상품 하나하나를 소개하며 145㎡(약 44평) 규모 매장에서 30여 분간 쇼핑했다. 옥토끼프로젝트 관계자는 "을지로가 직장인 상권인 만큼 일을 마치고 회와 소주를 사서 혼술을 하는 고객들도 많고, 30대 전후 여성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저녁과 술을 곁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이후인 4월 오픈했지만 여 대표는 메리상회가 순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평균 방문객이 평균 1000명 전후"라며 "많이 들어올 때는 매장당 3000여 명까지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마트 노브랜드가 홍보 효과를 노리며 입점했고,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SPC삼립 등 대형 단체 및 브랜드와 협업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