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크리에이터] #166 아트 커머스 브..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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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품을 다루는 팝업 스토어라고 해서 방문하게 된 서울의 한 레스토랑. 곳곳에 놓인 작가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으니 곧 그들이 만든 식기에 담은 타파스가 나왔다. 이번 팝업 스토어를 위해 기획자와 셰프가 협업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단다.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페어링 하듯 도예, 목공, 금속공예 작가들이 디자인한 식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고안한 것이다. 아니,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수고스럽게 했을까? 작품이면 눈으로만 봐도 될텐데. 마음 속에서 궁금증이 폭발할 때쯤 카바라이프 최지연 대표, 최서연 이사와 인사를 나누었다. 왜 이런 방식으로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냐 물으니 눈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해보길 바랬다는 답이 돌아왔다. 재미있지 않으세요?
그랬다. 아주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그래픽과 편집 디자이너 출신의 최지연 대표와 패션지 에디터 출신의 최서연 이사(그리고 건축가 박치동)가 만든 카바라이프는 이렇게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감각적이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일까. 모두가 이들을 두고 '신개념'이라고 하지만 막상 본인들은 '신개념이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을 달리했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표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카바라이프가 색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영동 쇼룸을 찾아 이들에게 물었다.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어요?
최서연 이사(좌), 최지연 대표(우) designpress
Q. 카바라이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최서연. 잡지사에서 패션 에디터로 일을 하다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 최지연 대표님과 외부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처음으로 같이 일해봤는데, 호흡이 잘 맞더라. 그래서 나중에 서로 무엇인가를 도모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언니이자 함께 일을 하는 동료로서 최지연 대표와 함께 일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다. 카바라이프는 저희 두 명과 친하게 지내는 박치동 건축가와 함께 술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그때 나눈 이야기의 핵심은 ‘앞으로 뭐 할까?’였다(웃음). 모두 지금 하는 일이 영원할 것 같지 않다고 동의했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 명이 좋아하는 것과 지향점이 비슷하더라. 그래서 그 자리에서 ‘그럼 우리 생산적인 일을 도모해보자!’ 나름 도원결의를 했다. 각자 가진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최지연. 그래서 회사 이름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지었다. 프로덕티브 컴퍼니 Protuctive Company. 말 그대로 ‘생산적인 회사’라는 의미다.
Q. 카바라이프의 시작을 물었는데, 아직 ㅋ 자도 나오지 않았다(웃음).
최지연. 그래서 회사 이름대로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수다 떨듯이 이야기를 하니까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올랐다. 각자 좋아하는 것과 세 명의 공통점을 모두 나열해보니 디자인, 패션, 건축 등 눈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면서도 아름다운 것이더라. 그럼 이것들을 우리의 방식대로 조합해보자고 한 것이 카바라이프의 시작이었다.
Q. 카바라이프 창립 멤버인 박치동 건축가를 비롯해 본인들이 좋아했던 것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어떤 것들이었나.
최지연. 최서연 이사는 사람, 나는 비주얼적인 것, 박치동 건축가는 공간이었다. 각자 좋아하는 것에서 어떤 사람이 좋더라, 어떤 게 시선을 끌더라, 어느 공간이 좋더라 등 이야기를 나눠보니 모두 창작자가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활동을 많이 하는데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고, 그들의 작업물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대중들은 잘 모르고. 이런 창작자와 작업물이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방법을 찾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남영동 쇼룸 카바라이프 로고 designpress
Q. 창작자와 대중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굉장히 많은데, 그들과 다른 차별점을 염두에 두었을 것 같다.
최서연. 그렇다. 우리가 핵심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소비’다. 창작자들의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은 국내 환경을 고려했다. 본인을 알리고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꼭 전시를 열어야 하고, 갤러리와의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기존 미술시장이 가진 전통적인 작품 유통 경로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전파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옷을 구매할 때 마음에 들면 구매로 이어지듯, 마음에 드는 작품을 봤을 때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직관적인 판매 모델을 구축하고 싶었다. 요즘 대중들에게 파급력을 지니려면 온라인은 필수잖냐. 그래서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게 되었고, 또 이를 실물로 보여주면서도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창구를 찾다 보니 오프라인에서는 팝업스토어가 되었다.
최지연.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온라인은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작품을 실제로 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어떤 접근 방식을 가져가는 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도 고려했는데, 우연히 팝업 스토어를 열게 되면서 ‘이것이 카바라이프답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온라인과 팝업 스토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조금씩 차별성도 두고, 연계성도 지니면서 가고 있다.
카바라이프 최지연 대표(좌), 최서연 이사(우) designpress
Q. ‘신개념 아트 플랫폼’이라고 소개가 많이 되더라. 몇 년 전부터 이러한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이 카바라이프의 시작과 비슷하다. 불과 2년 만에 아트 플랫폼을 대표하는 서비스가 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최서연. 카바라이프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진짜 ‘신개념’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써주시더라(웃음). 카바라이프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한 점이 하나 있다. 카바라이프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이 아니다. 창작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형식의 플랫폼은 항상 존재했다. 카바라이프 홈페이지도 최첨단이 아니라 모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런 개발 언어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다들 ‘신개념’이다 혹은 ‘새롭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그래서 신기했다. 우리 스스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그 표현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기존에 존재하던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라면 ‘비주얼’이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모습을 보고 그렇게 표현해 주시는 듯하다.
카바라이프 남영동 쇼룸 designpress
최서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트’와 ‘소비(쇼핑)’를 직관적으로 연결하니 그 안에서 오는 신선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
최지연.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바라봐 주길 바랐다. 의도한 바이긴 하다. 미술계에서는 ‘동시대’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더라. 그런 ‘동시대 꼭 알아야 할 혹은 떠오르는’ 창작자들을 많이 소개하고 싶다. 이들을 어떻게 카바라이프로 데려올까 그리고 카바라이프는 어떻게 대중들에게 이들을 소개할까 등 접목과 접근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쉽게 접근하고 볼 수 있는 방식을 찾게 되더라.
최지연. 새롭게 보이도록 하니까 신선하게 보였던 부분도 있다. 우리가 만나는 창작자들이 아이디어도 많고,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셔서 정말 좋은 영감을 많이 주신다. 그래서 그들에게 받은 영감을 토대로 한 새로운 서비스도 꾸준히 선보이려고 한다.
Q. 개인적으로 카바라이프 홈페이지가 ‘새롭게 보이도록 하니까 신선하게 보였다’는 표현처럼 다가왔다. 카테고리, 연도, 창작자 순서, 작품 순서 등 홈페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열 구조가 아니었다.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첫 화면의 이미지들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최지연. 일부러 의도한 것들이다. 창작자들이 만든 결과물들은 굉장히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지 않나. 그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주얼리 옆에 큰 조각 있고, 높은 가격대의 작품 옆에 저렴한 가격대 작품도 있고. 특정한 기준으로 나누기보다 모두 창작자의 결과물로서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카바라이프 팝업 전시도 이런 식으로 나열해놓는다.
카바라이프 홈페이지
2018 일민미술관 팝업 전시 카바라이프
Q. 다른 시각으로만 바라본다고 해서 신선한 결과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데…특별한 무엇인가가 더 있는 것 아닌가?(웃음).
최서연. 카바라이프의 도달점은 작품 구매, 즉 소비다. 그래서 작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팝업 전시를 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함께 작업하는 분이 계신다. 이 분은 패션 VMD 출신이다.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작품을 보고 다루는 방식을 벗어나 작품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작업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 분과 작업을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작품을 놓지 않으니까 더 주목을 끌었던 것 같다.
최지연. 대부분 좋아하신다. 작품을 소비라는 개념과 직관적으로 이어주는 플랫폼이 많이 없다 보니 연락을 드리면 환영을 많이 해주신다. 론칭할 때 40명의 작가분들과 함께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200명이 넘는다.
최서연. 작가분들에 따라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것이 세상에 나오는 방식도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또 작품에 따라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기 때문에 작가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2019 Tapas Bar 카바라이프
Q. 흔히 작가라고 하면 ‘아트’ 분야만 떠오르는데, 그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서 ‘작가’를 다루는 것 같다.
최지연. 그렇다. 우리가 다루는 범위가 넓다. 미술이라고 규정짓고 싶지 않다. 창작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작가’라고 생각한다. 작업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창작을 하는 과정이나 출발선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넓은 개념에서 ‘작가’를 바라보듯이 소비자들도 ‘아트 소비’에 대한 개념을 좀 더 넓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