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커피 마시고 글 쓰는 심재범이다. 최근 들어 가정이나 회사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홈카페, 홈바리스타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초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시적 유행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진지하게 커피에 접근하는 소비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그러고 보니, 커피는 와인이나 위스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비용도 저렴한 편이니 커피와 같은 호사가 따로 없다.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도 온라인 비대면 원두 판매를 시작하는 등 슬기로운 커피 생활을 시작한 여러분들을 환영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새로운 커피 덕후들을 위한 핵심 커피 상식들을 간단히 정리했다.
Q1. 아메리카노, 롱블랙, 룽고의 차이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물로 희석한 커피다. 과거에는 미국인이 마시는 묽은 커피를 비아냥거리는 의미였는데, 스타벅스에서 신선한 커피로 홍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 커피 산업의 통계를 살펴보면, 특이하게 한국에서는 아메리카노의 비중이 높다. 혹자는 아메리카노를 핸드드립 커피에 비해 품질이 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용하는 커피와 추출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재료가 좋다면 아메리카노의 품질도 당연히 훌륭하다.
롱블랙은 호주식 아메리카노의 호칭이다. 호주인은 식음료의 자부심이 강해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호주식 에스프레소를 숏블랙이라고 하는 것처럼. 호주식 롱블랙의 특징은 에스프레소 더블샷 기준이라 전반적으로 향이 강하고 질감이 진득하다. 최근에는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아메리카노를 추출하는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많아져, 의미가 조금 퇴색했다.
룽고라는 용어는 네스프레소 캡슐의 마케팅에서 시작했다. 네스프레소 룽고는 일반 캡슐보다 추출 양이 많은 (일반캡슐 30ml, 룽고 캡슐 100ml 내외) 캡슐이다. 룽고 추출은 향미 손실과 카페인이 과다해 개인적으로 아쉽다.
네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면, 나무사이로, 엘카페, 헬카페와 같은 스페셜티 커피의 캡슐을 추천한다. 네스프레소 캡슐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훠얼씬 훌륭하다.
Q2. 커피 생산지는 과연 중요한가?
한국 최고 커피 업체 커피 리브레 서필훈 대표는 홈카페의 성장과 더불어 고가의 단종 커피(싱글 오리진 커피)의 판매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좋은 커피를 공급하기 위해 커피인들은 신뢰할 만한 생산자를 중요시하고 커피의 정보를 투명하고 꼼꼼하게 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별 표기방식이 카우카(콜롬비아), 구지(에티오피아)와 같은 지역별 표기를 거쳐, 최근에는 핀카 인헤르토 (과테말라를 상징하는 최고의 커피 농장. 현지인들에게는 한국의 삼성과 같은 의미가 있다.), 핀카 에스메랄다(파나마를 대표하는 커피 농장으로 세계 최고가 게이샤 커피의 고향)와 같은 개별 농장 단위로 표기한다.
이외에도 커피 업계의 올림픽과 같은 COE(Cup of Excellence)나 BOP( Best of Panama, 파나마 게이샤 품종을 위주로 해마다 세계 최고가격을 경신하는 옥션 커피) 같은 선별대회 혹은 옥션 커피도 많아졌다.
커피인의 전문 지식을 소비자들이 단번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투명한 시스템과 다양한 정보들이 소비자들이 커피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와인의 경우를 살펴보면, 샤토마고, 로버트몬다비, 도멘 로마네콩티처럼 세분화된 산지의 와인과 로버트 파커와 같은 전문가들이 높은 점수로 평가한 와인들이 점차 최고 가격을 경신하듯이, 커피는 양질의 생산자들과 경진대회와 같은 옥션 커피들이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Q3. 커피 프로세싱이 중요한가?
최근 들어 커피 산업은 수세식, 자연건조, 아나로빅(무산소 가공)과 같은 커피의 프로세싱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편집자 주: 커피 프로세싱이란 커피 열매를 가공하는 과정을 뜻한다).
전통적인 커피에서 최고의 커피는 콜롬비아에서 시작된 수세식 방식이다. 수세식은 과육을 물에 불려 제거하는 방식으로, 커피의 맛과 향미가 깔끔하다. 이에 반해 내추럴 건조 방식은 햇볕등에 말려서 과육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수세식 커피가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자연 건조방식의 커피들의 반응이 좋다. 자연 건조식 커피는 대추, 자두, 와인과 같은 풍미가 특징이고, 세계 챔피언 마이클 필립스(현 블루보틀 커피 이사)의 시연 이후 시장이 확대되었다.
[미켈레커피 바리스타 정경우]
가장 최신 유행은 오나커피의 샤샤세스틱이 선호하는 무산소 가공이나 탄소침용과 같은 방식이다. 무산소 가공과 탄소침용은 와인의 발효를 참고한 커피 가공 방법으로 처리 과정이 까다롭고 어렵지만, 촉촉한 질감과 독특한 시나몬과 같은 향미가 입체적이다.
한국에서는 연희동의 디폴트밸류 신창호 바리스타, 더현대서울의 미켈레커피 정경우 바리스타와 같은 국가대표급 바리스타들이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Q4. 커피 맛을 표현하는 방법은?
스페셜티 커피의 품질을 표현하는 방식은 크게 향미, 질감, 클린컵과 단맛 등으로 나뉜다. 여기서 향미 혹은 풍미는 과일, 꽃, 초콜릿, 캬라멜 등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또 과일은 복숭아, 시트러스, 포도, 사과류, 꽃은 장미, 라일락과 같은 종류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복숭아와 자몽의 과일향과 장미와 같은 여운 있는 풍미를 선호한다. 초콜릿은 스위스 초콜릿, 더치 초콜릿, 베이커스 초콜릿등으로 나뉘고 벨기에 초콜릿과 같은 달콤함이 커피에서 발현되는 경우 좋은 품질로 인정을 받는다. 향미 기준으로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품종은 게이샤, 파카마라, 혹은 케냐의 SL과 같은 커피들인데, 최근에는 테루아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커피 템플 대표, 바리스타 김사홍]
커피의 바디는 입안에서 느끼는 질감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우유와 같이 진득한 느낌을 바디가 강하다고 표현하고, 질감의 느낌에 따라서 품질이 좌우된다. 커피의 바디는 입안에서 느끼는 무게감 뿐만 아니라 목넘김의 부드러움에 따라 좋은 평가를 받는다.
커피인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은 클린컵과 단맛이다. 커피의 클린컵은 깔끔하고 우아한 느낌을 의미하고, 단맛은 조금 설명이 복잡하다. 실재로 커피 성분에는 설탕과 같은 당분의 거의 없다시피한데, 좋은 커피에서 느껴지는 단맛은 향미와 밸런스, 클린컵을 복합적으로 느끼는 것에 가깝다. 국내 최고 바리스타 김사홍 커피 템플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커피의 단맛은 커피의 다양한 훌륭함이 우아하게 지속될 때 느끼는 감정의 총체에 가깝다.
Q5.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
가정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문 기구를 배제하고 가장 무난한 핸드드립 방법을 추천하자면, 한국인 최초 WBRC(World Brewers’ Championship, 핸드드립커피 세계대회) 준우승에 빛나는 LULL 커피 정인성 바리스타의 2484레시피가 쉽고 정확하고 맛있다.
레시피를 간단히 정리하면, 20g의 커피를 분쇄하여 뜨거운 물 40g을 부어준 뒤(불림), 1분 후에 80g, 2분 후에 40g으로 마감한다. 과거에는 물줄기와 같은 기술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총 추출 시간은 2분 40초, 추출량은 150g 내외이다. 얼음을 넣어 아이스커피로 마셔도 좋고, 100g의 온수를 추가해 따듯한 커피로 마셔도 좋다. 드리퍼, 주전자, 그라인더, 저울과 같은 기물은 용도와 예산에 맞춰 편하게 선택하자. 이에 반해, 물의 온도는 매우 중요하다.
[바리스타 정인성]
정인성 바리스타는 92도 이상을 권장하고, 사견으로는 팔팔 끓는 물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가정용 식수의 끓는점은 96도 미만이라 추출용 주전자에 끓는 물을 바로 담아 사용하면 된다. 90도 미만으로 온도를 낮출 경우는 커피 성분이 충분히 녹지 않는다. 커피에서 신맛이 아린 듯한 경우는 낮은 온도로 추출할 때의 부작용이다. 잊지 말자. 가정용 커피 추출의 가장 큰 변수는 정량 추출과 물의 온도이다.